벼랑 끝까지 끌고가는 남자 고르기

2021. 5. 20.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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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까지 끌고가는 남자 고르기

 


 

1. 마피아X발레리나

 

 

발레를 멀리하기엔 그녀는 몹시 재능이 있었고, 가까이하기엔 그녀의 삶은 궁핍했다. 유리조각이 든 발레 슈를 신고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공연을 마친 여주가 발레에 등을 돌린 건 마이너스뿐인 통장잔고 때문이었다. 무용이 무용無用해지는 순간, 여주를 다시 무대 위로 끌어들인 건 바로 그였다.

 

- 허니, 난 네 모든 움직임을 사랑해.

 

여주는 미켈레가 사랑한 게 자신의 춤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소유한 섬의 대저택에 처박히기 전까지는. 미켈레는 여주가 원하는 모든 것을 주었다. 볼쇼이 극장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무대까지, 그는 무엇 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지만 여주는 만족하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건 관객이에요. 나는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출 때만 내가 살아있다고 느낀다구요.

- 춤추는 인형이 필요했다면 널 데려올 필요가 없지. 착각을 하는 것 같은데,

 

 

- 내가 산 건 네 재능이 아니라 너라고, 마이 지젤.

 

 

 

 

2. 도련님X시종

 

 

얼마나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것인지는 모른다. 여주의 할머니는 시종이었다. 어머니도 그러하였으므로 여주도 응당 시종일 운명이었다. 여주는 시종들이 지내는 별장에서 허드렛일 따위를 하다 저택으로 옮겨갔다. 백작가에는 두 명의 딸과 한 명의 아들이 있었고, 여주는 당연히 제가 막내 아가씨를 맡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 드디어.

 

알 수 없는 말로 저를 묘하게 바라보는 도련님은 백작가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했다. 그는 베테랑인 집사나 하인이 아닌 여주를 원했다. 오로지 여주 한 명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주연의 수족이 된 순간부터 여주는 그의 알 수 없는 시선을 오롯이 견뎌야 했다. 뱀이 휘감는 듯 온몸을 옭아매는 눈빛. 당장이라도 조를 것처럼 스쳐가는 손. 여주는 주연에게 벗어날 날만을 기다렸다. 혼인을 하면 더 이상 도련님을 맡을 수 없게 된다는 말에 여주는 소꿉친구와도 같은 하인과의 결혼을 기다리며 밤이면 저택 끝에 있는 마리아 상 앞에서 기도를 드렸다.

 

- 같이 기도할까.

아, 도련님…! 필요하신 거라도….

- 주님, 여주가 바라는 남자는 오늘 밤 당신 곁으로 갔어요. 

 

 

- 그래야 내가 여주를 평생 가둘 수 있거든요.

 

 

 

 

3. 검사X배우

 

 

정의 따위는 관심 없다고 했다. 완벽한 언행일치였다. 허나 그 사실을 알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디는 처음부터 정의는커녕 선이나 갱생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시퍼렇게 멍이 들고 여기저기 깨지고 터진 얼굴로 제 앞에 앉아있는 여주를 본 순간부터였을까.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도와주겠다던 하디는 자신이 뱉은 말을 지켰다. 

 

대표가 죽었어요. 시신이 끔찍해 부검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하네요.

- 인과응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지.

 

그가 죽였다는 사실은, 오페라를 보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알았다. 당신이 죽였다구요? 당신이? 하디, 당신은 검사잖아!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 있어? 당혹감과 공포심에 사로잡힌 여주가 소리를 지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표정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감히 네게 손을 대선 안 됐다는 걸 알려준 것뿐이야, 허니. 그의 담배에 불이 붙었다.

 

- 오늘부터 넌 내 소속이니 내 배우가 되면 되는 거야. 내가 시키는 대로 웃고, 울고, 애원하고.

 

 

- 네 인생의 감독은 나 하나면 되니까.

 

 

 

 

4. 조직보스X전 애인

 

 

뭐가 또 불만이셔서 이 지랄을 하실까. 중구는 엉망이 된 거실을 보며 태연하게 물었다. 그가 애지중지하는 것들이 모조리 깨졌는데도 그는 화 한 번 내지 않았다. 너도 너 아끼는 거 망가져보라고. 맘에 들어? 일부러 입꼬리까지 비틀어 웃는 여주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 우리 공주님은 몇 번을 알려줘도 머리가 나빠.

닥쳐.

- 내가 제일 아끼는 건 너야, 이여주. 내 기분이 좆같길 바랐으면 욕조 물에라도 빠져 죽었어야지.

 

수십억은 족히 주고 사 왔다는 그림이 갈기갈기 찢긴 채 그의 발 밑에서 뒹굴었다. 연하랑 재미 좋았으면 나랑도 좋을 수 있잖아? 우리가 같이 물고 빨고 뒹군 게 몇 핸데. 망가진 그림이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또 죽였니?

- 남의 목숨 귀한 줄 알면 얌전히 내 옆에나 계시지, 왜 엄한 목숨 잡아먹게 만들어.

네가 사람 새끼야?

- 순진하게 또 그걸 물으시나.

 

 

- 네가 딴 놈이랑 놀아나면 개새끼고 내 옆에 있으면 사람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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