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왕이 될 남자 고르기

2021. 5. 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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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왕이 될 남자 고르기

 


카르텔이 공고한 건 모두 그의 덕이었다. 자비라곤 없는 잔악무도한 남자. 누군가는 그를 천한 짐승들의 왕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신조차도 외면한 그 곳엔 왕 따위는 없었다. 그는 그들에게 신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그가 원하는 것을 모두 주고 싶어했으나 그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내가 알아서 해. 그게 남자의 말버릇이었다. 어느 날, 그가 원하는 게 있다는 말을 했다. 무엇입니까? 어떤 것을 취하시려고요? 남자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


 

1. The King

 

천한 것들 중에서도 가장 천한 것. 이름도 사치라 여겨져 그녀는 어머니가 쓰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여주. 누가, 무슨 뜻으로 지어준 이름인지는 모른다. 여주는 밤이면 달이 가장 먼저 보이는 동네에 살았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그곳에서 날마다 저들끼리 행복감에 젖어 사는 사람들을 내려다 보아야만 했다. 누구도 먼저 딛지 않으려 하는 땅에 외지인이 찾아온 건 그 날이 처음이었다.

 

 

- 달이 보이는 데도 달을 가질 수 없다니 슬픈 이야기네요. 

누구.

- 가질 수 없다면 빼앗는 쪽이에요, 난.

 

아무도 찾지 않는 동네에서도 소문은 돌았다. 유진 한. 그는 이곳의 왕이라고 했다. 아니, 신이라고 했던가. 뜻모를 웃음에 여주는 한발자국 물러서서 조심스럽게 그를 살폈다. 위험해. 다년간 쌓아온 감이 그렇게 말했다. 필요한 게 있다면 같은 편이라도 죽일 거야.

 

여긴 아무 것도 없어요. 나도 가진 게 없구요.

- 당신은 내게 아무 것도 줄 필요가 없어요. 내가 주면 되니까.

 

유진이 손을 내밀었다. 위로 가고 싶다면 내가 도와줄게요. 다정한 미소에 걸맞은 친절한 말투였다. 하지만 여주는 알고 있었다. 그가 내민 것은 제안이 아닌 통보라는 걸. 물음표가 아닌 온점. 질문이 아닌 강요. 

 

나는… 아무데도 안 가요.

- 미리 말했는데, 여주 씨. 나는 가질 수 없으면 빼앗는다고.

 

 

- 빼앗을 수도 없다면 망가뜨려요.

 

 

 

 

2. The Knight

 

가난해 빠진 주제에 별 게 다 있군. 타지에서 온 남자는 여주의 사무실을 둘러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은 하루가 채 가기도 전에 알았다. 그 누구도 우리를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 밖으로 나가서도 안 된다. 이곳 사람이라면 절대 배반하지 않는 룰이었다. 그 덕에 여주는 아버지를 따라 가난한 동네의 가난한 변호사가 됐다. 병마로 세상을 떠나기 전, 아버지는 여주에게 당부했다. 그의 사람이 되라. 이젠 네가 그의 가신이다. 빈센조의 사람이 된 건 순전 아버지의 부탁 때문이었다.

 

 

- 변호사를 원한 게 아닌데 아버지가 실수를 하셨네요.

네?

- 변호사 김여주가 아니라 김여주를 원한다고 했어요.

 

빈센조는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 누구도 자신의 곁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그가 사람을 원한다는 것은 필요에 의해 움직여줄 말을 원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게 변호사로서의 역할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 승률 꽤 높아요. 돈 같은 거 안 받고 일 할수도 있구요. 빈센조의 눈썹이 미묘하게 구부러졌다. 

 

- 내 몸은 내가 지켜요. 내 변호도 내가 해. 

그럼….

- 변호사로서 필요 없다는 말은, 여자로서 당신이 필요하단 뜻이야.

 

 

- 지키고, 무너지고, 부서지고. 다 내가 대신 해주고 싶다구요.

 

 

 

 

3. The Killer

 

오늘 역사를 바꾼다. 우리는 왕위를 찬탈하여 왕좌에 앉는다. 퀘퀘한 지하실에 모여앉은 반란군 무리의 각 수장들은 그렇게 다짐했다. 여주는 그 무리를 이끄는 수장의 연인이었다. 과거형이 된 것은 그가 죽었기때문이다. 모태구는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반란을 하게 놔둔 건 이유가 있어서라고 했다. 이를테면,

 

 

- 너 하나를 얻기 위해 불필요한 희생이 많았지.

 

이여주 같은 이유. 물론 죽은 사람들이 안타깝거나 안쓰러운 건 아니야. 반란군은 네가 아니어도 죽었어야 할 운명이고, 너는. 태구는 잠시동안 말을 잇지 못 했다. 가엾은 여주가,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저를 노려보는 여주가, 저를 자극하고 있었으니까. 

 

- 태어나지 않았다면 네 연인도 죽지 않았을거야.

내가 아니었더라도 넌 사람들을 죽였을 거야! 짐승만도 못한 쓰레기 새끼.

- 그 짐승만도 못 한 새끼를 사람이고 싶게 했잖아, 네가. 

 

 

- 내가 진짜 짐승만도 못 한 새끼면 이렇게 얌전히는 못 있어. 


잘 지내고 계시죠? 여러분이 써주시는 댓글들 모두 정독하고 있어요. 리댓이 달리지 않는다고 서운해하지 마시고 마구 사랑 표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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