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별 모태구 고르기

2017. 4. 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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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별 모태구 고르기





 기업총수X도슨트

 :Frustration Attraction



 혼자가 아닌 둘이라 더 외롭다고 느껴지는 순간 사랑은 끝이나는 것이다. 애정은 무한하나 시간은 유효하다. 매순간 시간에 빌어사는 사람은 그 자체에도 허덕이기 바빠 애정을 붙들고 버틸 재간이 없다. 




 - 이유 거창할 거 없잖아. 네가 지루해졌어.



 무한함보다 유한함이 앞서면 짧은 통보로 이별을 고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괜찮았다. 온 몸을 조르는 코르셋을 입은 것처럼 순간순간이 버거웠고, 언젠간 그것이 여자의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허리를 조이듯 자신이 꺾일 거란 불안감에 살았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홀가분해. 몸을 조르는 투명한 코르셋의 느낌은 종종 자신을 외롭게도 했지만, 그것도 순간이었다. 어디까지나 여주만큼은.



 - 학습능력이 떨어지는거니, 아니면 나랑 술래잡기하는데 재미붙인거니. 


 여긴 어떻게….


 - 돈이 많으면 좋은게 뭔지 알아?



 어느 순간, 이름이라도 기억이 날까 싶은 작디 작은 자신의 존재가 태구의 삶을 앞지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별 후 였다. 미술관을 시작으로 시간의 틈까지 비집고 들어와 자신을 옭아매는 행동에 무작정 도망을 가고, 또 도망을 가다 다다른 곳에서까지 모습을 비춘 태구의 얼굴에 여주는 체념하듯 입술을 깨물었다.



 모르죠. 난 당신만큼 가져본 적도, 가져볼 일도 없으니까요.


 - 종이 비린내나는 거, 몇장 흔들면 너나할 것 없이 이것저것 물어다 주거든. 시간도, 정보도, 그리고 남의 인생도. 


 ….


 - 어쩌니. 네가 만나는 사람마다 다 내 돈으로 만든 돈다발들인데. 



 - 네 인생은 돈이야. 언제든지 내가 살 수 있는. 



 언젠간 저 오만방자한 눈빛을 가진 자만이 보일 수 있는 배포이자 자신감으로 보았다. 허나 지금은 그저 제 것을 갖지 못해 광기를 형형히 빛내는 미친사람의 탐욕일 뿐이다. 그러길래 옆에 잘 붙어있지 그랬어. 그럼 적어도 그 수많은 돈다발들 중에 인간 하나는 얻었을 거 아냐. 여주는 태구가 지칭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고개를 젓는다. 날 먼저 버린건 당신이예요. 그러면 태구가 재밌다는 듯 웃는다.



 - 버린다고 버려질 사이던가?


 ….


 - 우리 그렇게 얄팍한 사이였나요, 선생님?



 램브란트의 <야간순찰> 을 설명하는 내내 그림이 아닌 내게 주목하는 그의 눈에서 야경을 보았다. 처음부터 이별의 순간까지 아름다웠던 애인. 처음 만났을 때, 우리 눈도 맞고 배도 맞았잖아. 쉽게 버려질 사이 아니야, 당신이랑 나는. 잠시 과거의 눈을 한 태구의 모습에서 안쓰러움을 느낀다. 현현했던 과거를 못 잊는 당신이 불쌍해. 



 - 난 네가 더 불쌍해. 잡힐 거 알면서 의미없는 도망을 치고, 잡아다 놓고 시선 맞대면 그런 적없다는 듯 시선을 피하면서도 언제 다시 나를 잡아줄까 기대하는 그 눈이. 


 순전히 당신의 쓰레기같은 착각이라는 생각 안 해?


 - 내가 아직 친절할 때, 여주야.



 - 얌전히 목줄메고 따라와.










 암흑가의 큰 손X딜러



 도대체 언제까지 날 괴롭힐 거에요? 



 귓속을 떠도는 증오의 목소리가 물으면, 글쎄, 죽을 때 까지. 하고 아무렇지 않게 화답을 한다. 내가 죽어야 날 놔줄건가요? 악에 받친 목소리가 공간을 채우면 또 웃으며 그런다.




 - 죽으면 박제라도 해서 가둬놓을 참이야. 난 사냥을 좋아하거든. 그러니까 도망쳐. 죽을 둥, 살 둥, 발버둥 치면서 어디 한번 도망쳐봐. 네가 산 채로 잡혀오나, 죽어서 박제가 되어 잡혀오나.



 태구는 웃는다. 도망가는 자와 도망을 쫓는 자의 차이를 알아? 도망가는 자는 쉼없이 뒤를 돌아봐야 하지만, 쫓는 자는 그저 도망하는 이의 등만보고 앞만 내달리면 된다는 거야. 정신 없겠어. 앞뒤를 다 돌아보고 다니려면. 잔인한 말투와 어울리지 않는 샐쭉한 웃음에 여주는 애꿎은 입술만 잇 날로 수어번 짓무른다. 왜, 이제 도망가는 것도 지쳐? 태구의 물음에 여주가 한참을 뾰족한 시선으로 노려다보다 뒤를 돌았다. 



 - 그래, 그렇게 나와줘야지.



 태구는 서두르지 않는다. 태구는 자신이 이길 것을 안다. 그렇다고 교만하는 법도 없다. 맹수는 때를 알고 영양의 목덜미를 문다. 태구는 조급하게 이를 세우지 않는다. 애당초 영양의 가느다란 목줄기가 제 발 밑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있는 까닭이었다. 그의 인내는 오래가지 않는다. 보름. 15일이면 그의 인내도 바닥이 난다.



 - 난 분명히 기회를 줬어.


 이 나라에서… 당신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존재하기는 해요?


 - 없지. 그래서 더 재미있는거야.


 - 사냥.



 여주는 습관적으로 팔목 안 쪽을 긁어 내린다. 제 팔목에 족쇄를 채우듯 스페이드 무늬를 새겨놓은 눈 앞의 남자. 고생이나 불길함, 죽음 따위를 상징하며 가장 강한 의미를 가진 카드. 딱 너잖아. 웃으며 새겨놓은 스페이드는 언제나 여주의 족쇄였다.




 - 재미있었어? 가끔 이렇게 숨구멍 트여주니까 살만해?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거야. 당신 이름 하나면 무릎 꿇고, 찬경하고, 숭배해 마지않는 사람 많다며, 성별 안 가린다며! 난 당신 끔찍해. 당신 이름 석자만 들어도 치를 떠는 사람한테 왜 이러는거냐고!


 - 끔찍하다니. 사랑이야, 사랑.



 몸을 웅크리고 앉은 여주가 조용히 울음을 삼켰다. 사랑. 허울 뿐인 핑계. 차라리, 차라리… 말을 채 끝마치지 못한 여주가 벅차오르는 설움을 밀어넣었다. 죽여, 죽여요. 그 말 한마디가 쉽고도 어려웠다. 태구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 사랑에 빠진 사람을 뭐든 하지. 때때론 멍청해지기도 하고.


 ….


 - 멍청한 로맨티스트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 


 당신은 위험하지만 멍청하지 않아요. 그건 내가 제일 잘….


 - 알아. 멍청하다는 건 여러가지 의미가 있지. 



 유연하게 휘어지는 입꼬리에 여주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는다. 그래, 저 웃음이다. 무언가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기 전의 웃음. 원하는 것을 가지기 이전의 웃음. 네가 모르는 것 같으니 하나 알려주지. 조심하는게 좋아. 친절을 두른 목소리가 조용히 흘러 나왔다. 




 - 사랑에 빠져서 눈에 보이는 것 없는 그 로맨티스트가 오로지 나만 독차지 하겠다는 욕심때문에 네 목숨 진짜 분지르기 전에.










 스폰서X피아니스트



 붕괴와 함께 잔해와 깔려있던 피아노를 건져준 것은 태구였다. 자존심은 버려도 피아노는 버릴 수 없다는 강단이 그의 손길을 내린 것이다. 태구는 여주의 구원이었고, 인간으로서 사랑하는 인물이었다. 음험한 욕망이 여주의 팔목을 잡아채기 전까지, 그는 여주의 유일무이한 세상이었다. 그래, 모두 과거일 뿐이야. 애써 떨림을 감추며 건반을 두드리는 여주에게 남은 것은 경외심이 아닌 두려움 뿐이다.




 - 어렸을 때 가곡을 듣고 운 적이 있었어. 지금 네가 치는 그 곡.


 ….


 - 흔한 <엘리제를 위하여> 나 <운명> 도 아닌 <마왕> 이 심금을 울리는 곡이라니, 그 자체가 아이러니였지.



 여주는 모든 것들을 사랑했다. 피아노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을. 목덜미를 조심히 감싸쥐는 이 남자가 어린시절 슈베르트의 <마왕> 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여주는 여전히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찬양했을 것이다. 난 아직도 <마왕> 을 들으면 흥분돼. 귓가에 다가온 목소리에 손이 멈칫한다. 언젠가 이 손이 먹이사슬 아래에 있는 여린 짐승을 짓누르든 자신을 정복한 순간이 있었다.



 - 네가 좋구나, 눈을 뗄 수가 없으니 오지 않는다면 억지로라도 데려가야 겠다는 마왕의 그 탐욕에.


 ….


 - 죽이잖아. 마지막엔. 뭘 분질렀던 꺾었던. 



 어깨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무언의 경고였다. 나, 결혼하고 싶어요. 태구 모르게 조용히 키워오던 연애의 결실에 대한 경고. 그 말. 짧은 두 단어임에도 태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 잘 알면서 왜 그랬어.


 날 죽여서 어떻…!


 - 밖에서 뭐 줏어다 집에 쌓아놓는 버릇 없거든.



 - 내가 산 건 네 알량한 자존심도, 좋아죽겠다는 그 피아노에 대한 열정도 아니었어.



 내가 누구 좋으라고 십년이 가까워 오는 세월동안 내 피나 다름없는 돈을 네 목구멍에 쏟아붓고 있었을까. 한번쯤은 그런 생각해봤을 법 하잖아. 나즈막히 흐르는 목소리에 여주가 눈을 감았다.



 - 너야. 내가 내민건 네 재능이 아니라 네 존재라고.


 당신은 날 산게 아니에요. 당신이 고른건 사람이지 물건이 아니라고요.


 - 아니지. 누가 물건을 이렇게 예뻐하고 사랑해주니. 


 …물건이나 다름없는 취급이나 하면서….


 - 네가 왜 간절해야 하는지 알아?



 턱주변을 매만지는 손길이 위태롭다. 언제든 얇고 가느다란 것은 쥐어서 부러뜨릴 수 있다는 듯이. 대답없는 여주를 가만히 바라보던 태구가 다시 조용히 입을 뗐다.



 - 물건은 사랑받으려고 노력 안 해도 돼. 때되면 질려서 알아서 가져다 버리거든.


 ….


 - 사람은 노력해야 돼. 사랑받고, 버림받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발도 좀 굴러보고 머리도 써가면서. 언제 가져다 버릴지 모르니까. 


 - 거기가 이승인지, 저승밭인지 모르잖아. 



 목소리는 친절하나 표정은 매서웠다. 다정한 손길로 쓰다듬지만 그 안에 깃든 열기는 욕망으로 가득차있다. 날 죽이겠다는 말이군요. 허망함이 묻어난 목소리에 태구는 금세 고개를 젓는다. 



 - 열심히 머리쓰고 조용하고 얌전하게 사랑받으란 소리야. 인간으로 사랑해 줄 때. 



 - 네가 그렇게 끔찍이도 싫어하는 짐승새끼가 다시 눈뜨는 꼴 보기 싫으면.





 * Frustration Attraction 이란, 좌절감에 의한 끌림이란 뜻으로 연애 당시 상대를 많이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별 후 상대가 더욱 끌리고, 그 끌림의 정도가 마약중독의 수준의 집착으로 이어지는 것을 뜻합니다. *



 김재욱씨가 핫한건지, 드라마 <보이스> 속 모태구 캐릭터가 핫한건지, 어쨌거나 둘다 같은 맥락일까요... 은근히 요청이 쇄도(?) 하는 분이라서, 모태구+조태오 조합으로 치정물인 단편 로맨스 쓰려다 능력부족으로 다양한 버전의 짧은 모태구를ㅋㅋㅋㅋㅋ준비해보았숩니다... 짧은... 짧았는데 ^-^... 왜이렇게 길지...^-^......? (모르쇠) 게다가 결말은 다 죽여버리겠다는 사이코패스 ;; 모태구 캐릭터가 어떤지 몰라서 임의대로 막 쓰긴 했는데ㅋㅋㅋㅋㅋㅋ 제가 드라마를 안봐서 특정 캐릭터를 주시면 구글에 헐레벌떡 검색 들어간다구여. 태구.... 옳았습니다. 잘하네요 얼굴이. (스윽) 보고싶다 하셔서 쓰긴 했는데ㅠㅠㅠㅠ 퀄리티가 좀 떨어져도 얼굴보고 그런건 잊기로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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