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당한 사람들 고르기

2017. 4. 1.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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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당한 사람들 고르기






 The City of Night



 그리 새삼스럽지도 않은 전쟁이었다. 벌건 대낮에도 종종 총알이 튀는 것을 생각하면 어둠이 깊게 깔린 밤 중의 참혹함은 말하지 않아도 되리라. 그날 밤의 전쟁은 늘 그렇듯 흔하게 보이는 싸움이었고, 결과는 새삼스럽지 못했다. 총탄 한알에 날아간 대부의 목숨, 당연하게 뒤로 넘어간 무소불위의 권력. 대부의 자리를 이어받은 그가 새로운 밤의도시였다. 



 재미있는 소문이 돌더군요.


 - 당신 뒷 얘기는 관심 없잖아.


 관심은 없지만, 이전 대부를 제끼는데 일조를 한 게 당신이라는 소문은 흥미를 가질만 하니까요.




 그의 시선이 여주에게로 옮겨간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눈동자와 침묵을 유지하는 입술에 눌러놓았던 호기심이 고개를 들었다. 그 미친작자가 누구 손에 죽어가던 상관없어. 당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대답을 요하는 눈길에 미묘한 표정을 띈다.






 - 그래서 당신도 내가 대부의 자리를 찬탈했다고 생각해?




 여주는 잠시 망설인다. 그랬을 수도 있고, 전혀 그러지 않았을 수도 있고. 권력놀음이니, 정치싸움이니 하는 머리 아픈 짓은 안 하는 사람이니 아닐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면서도, 속내를 알 수 없는 뱀같은 면을 보면 그래도 혹시, 싶은 것이다. 당신 속내를 감히 누가 들여다보겠어요. 고민하다 뱉은 말에 그가 잠시 웃는다.




 - 당신을 안는 걸 봤어. 정해지지 않는 불특정 요일의 밤마다.


 관음이 취미인 줄은 몰랐는데.


 - 항상 그 미친 놈 손아귀에 있었지. 그래, 당신을 안으려면 자리가 필요하구나, 저 미친 놈의 자리가…. 




 설핏 지어올린 미소에는 순수와 함께 어떤 것도 섞이지 않은 악惡이 들어 있었다. 그게 다야. 내가 뺏은건 왕위를 위한 찬탈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찬탈이었어.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조용히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놓은 그가 미소를 지웠다.




 - 국가의 주권을 빼앗았으니,





 - 이제 새로운 왕을 모셔.







 Legacy



 배운게 도둑질 뿐인 자는 도둑질을 하고, 아는 것이 계집질 뿐인 자는 계집질만 한다. 도둑놈의 딸은 도둑이다. 그의 지론에 따르면 나는 내 친부를 따라 응당 볼 것도 없이 도둑이었다. 그의 돈을 훔쳐놓고 뱉을 줄 모르는 도둑. 이미 죽어버린 늙은 도둑의 새파란 딸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수금하려면 보름이나 남았는데 왜 벌써….


 - 불만이야? 


 준비해둔 돈 없어요.


 - 돈이 없으면 다른 거라도 준비해뒀어야지.



 몸 하나 겨우 뉘일 정도의 작은 방이다. 원룸도 사치인 내게 고시원 크기의 집은 수준에 딱 어울리는 집이었다. 그런 좁디 좁은 집을 가진 박복한 팔자에게 무얼 더 빼앗겠다고 저렇게 눈을 빛내는 것일까. 엊그제 베개 새로 샀는데. 가져갈 거면 그거라도 가져가던가. 퉁명스레 뱉은 말에 남자가 웃기다는 듯 웃었다.





 - 내가 너한테 바라는게 그깟 싸구려인 것 같아?


 뭘 원하는진 모르겠지만 당신한텐 내 몸도 그리 비싼 값은 아닐텐데요.



 굽신거리는 것은 질색이었다. 늙은 도둑인 아버지가 얼마를 떼어갔든 그건 내 수중에 들어온 적 없으니까. 그저 같은 피라는 이유로 남자에게 매달 몇십만원씩 빼앗기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이가 갈리고 지겨웠다. 내가 널 왜 안 죽이고 살려두는 걸까, 한번쯤 그런 생각 해봤을텐데. 비소가 섞인 말에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직 죽일 이유를 못 찾았나보죠.


 - 죽이는데 이유가 어디있어. 죽는 건 그냥 죽는거야. 이유없이, 그냥.



 이렇게, 뚝 하고. 모가지를 분지르는 듯한 행위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주의 몸엔 깊은 소름이 돋았다. 이유도 필요 없고, 죽여도 되는 너를 내가 왜 안 죽이고 살려둘까, 응? 대답을 요하는 질문에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 멀쩡한 걸 부수는 것 보다 언제 망가질지 모르는 걸 부수는게 더 재미있거든. 부수고, 고치고, 부수고, 고치고.


 - 널 망가뜨리고 내 손으로 다시 고칠거야.





 - 그럼 네 몸 하나하나 내 손길 안 닿은 곳 없는 내 사람이 되겠지.







 Seldom 



 그 작자는 완전히 미쳤어. 귀신이나 다름없다고. 저잣거리를 시작으로 백성들 사이로 스며든 소문 하나. 조카의 모가지에 칼날을 겨누고, 왕좌를 차지한 피묻은 귀신같은 왕에 대한 이야기였다. 모두 쉬쉬하며 은폐했지만, 폭군같은 성정은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것이었다. 대군께서, 아니, 주군께서 납신다 하니 모두 채비를 하라! 이른 아침부터 헐레벌떡 행수가 야단을 떨어대는 것을 보아 기생들 사이에서도 수양에 대한 소문이 파다한 듯 했다.





 - 뭐 그리 서두르나. 


 폐, 폐하! 기별없이 오신다하여, 준비를 미처 다 하지 못 하였사옵니다. 허나, 저희 홍원에서 가장 빼어난….


 - 되었네.



 수양의 서슬퍼런 안광이 오들거리는 어깨선들을 차례로 훑는다. 채비가 아니 되었다하여도 기생은 기생인 모양이구나. 반질반질 윤이 나는 머리에, 흐트러짐없는 옷 고름을 보니 저들 나름대로 신경은 썼구나 싶어 뿌듯하려던 참이었다. 줄의 가장 끝 쪽, 수수한 진달래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기생이 눈에 띄었다. 



 - 저 아이는….


 그, 그것이 원래는 양반가 자제인데 집안이 풍비박산 나면서 여기로 흘러 들어온 계집입니다. 아직 몸가짐이 기생같지도 아니하고, 무엇보다 화초를 올리지 못하여 폐하께서 많이 불편하실 것이라 사료되온데….



 몰락한 양반가의 자제라. 뱀의 혀처럼 온 몸을 훑고가는 시선에 절로 목이 탔다. 내 집안이 몰락하지 않았다면 어머니의 앞에 앉아 바느질을 하며 아녀자의 몸가짐에 대해 듣고 있었을테지. 이젠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천천히 제 앞으로 걸어오는 수양을 피하지 않기 위해 치맛자락을 꽉 움켜쥔 여주가 작게 고개를 떨궜다.



 - 화초를 올리지 아니하였다?


 아, 아직…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아니하여….


 - 주군의 은혜를 입는 것이 네 일생 최대의 성은일 것이다.



 망극하다, 성은이 망극… 입 안을 떠도는 말이 차마 튀어나오지 못하고 웅얼 거렸다. 뒷츰에 선 행수의 작은 발길에 그제서야 작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하고 뱉어낸 여주가 입술을 깨물었다. 흙가지를 밟는 소리와 함께 여주의 귓가 근처에 푸른 숨소리가 와닿았다.



 - 어찌하겠느냐?





 - 신의 여인이 될텐가?







 Kill your Darlings 



 어쩜 그렇게 귀티나고 곱게 생겼니, 애정과 아부를 가득 담은 말은 윤오를 향한 것이었고, 제 어미 닮아 표독스럽고 눈에 광기가 있는 계집, 이라는 독설은 여주를 향한 것이었다. 이복남매. 첩년의 자식. 어느 것 하나 여주를 자랑스레 꾸며주는 수식은 없었다. 본처가 살아있을 땐 그녀의 화풀이 대상으로, 첩이자 생모인 어머니가 죽었을 땐 이복동생의 놀잇감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 처지에 잘 꾸며진 수식이란 일확천금이란 단어처럼 제 것이 아닌 것이었으리라.





 - 사람들은 내가 누나한테 잘해주면 선한거고, 못해주면 그것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재미있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전부 다 안 다는 듯 우리 상황에 한 마디씩 한다는게? 물 어린 얼굴에 반짝거리는 미소는 보기에는 퍽 좋은 것이었으나, 여주의 눈에는 광인의 그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러길래 왜 그 몸을 빌어서 태어났어. 제 어머니를 욕보이는 말에도 여주는 묵묵부답이었다.



 - 분명히 처음엔 꼴보기 싫을 정도로 역겨워서 괴롭혔는데 말이야.


 지금도 별반 다를 거 없잖아.


 - 아니지, 다르지. 그렇게 당해놓고도 몰라? 



 조롱하는 어투에 여주는 짐짓 못 들은 척 태연한 얼굴을 했다. 걸핏하면 제 발 아래 깔아놓고 울지 않으려 입술이 찢어지도록 꾹 다물고 제 얼굴을 올려다 보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괴롭힘이란 말이지. 



 뭐가 그렇게 다른건데?


 - 예전엔 어머니의 미움과, 다른 피가 섞여있다는 합법적인 증오와 미움이었다면 지금은 개인적인 감정이지.



 이전엔 철저히 합법적으로 미워하고 증오했단 말인가. 여주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군가를 대신한 미움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개인적인 사사로움이 묻어있던 까닭이다. 어쨌거나 중요한건 이제 그가 합법을 떠나 매우 구체적이고 개인적으로 자신을 괴롭히기로 마음 먹었다는 것이었다.



 - 애정이 섞인 애증은 함부로 내칠 수 없어. 날 사랑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 때문에.


 - 사랑해줄게.





 - 사랑하는만큼 증오해줄게.








 글이 너무 안 써져서 방황하다가 뜬금없이 블로그 스킨 바꾸는데 뽐뿌와서 새벽에 CSS 랑 웹코딩 하느라 시간 다 ㄲ ㅏ먹고..... 이게 모하는 짓인가 싶숩니다... 아 이제 윤오없는 글은 상상도 할 수가 없어 무슨 캐릭터를 주든 찰떡같이 소화하지 않나요 제 양심상 맠 크리는 아직 못 쓰겠구여,, ㅠㅅ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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