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남친 고르기
wrt. 타인의 상실
Copyright ⓒ 2016 타인의 상실. all rights reserved.
무단복사 및 개인사용, 영리목적으로 이용시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을 묻겠습니다.
울보남친 고르기
A
집에서 영화를 보던 날임. 오래 전부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라는 영화가 무척이나 보고 싶어서 애인이랑 같이 봄. 다 보고 나서 어땠냐고 묻는데 느닷없이 애가 울기 시작함.
- 만약에 내가 벤자민 버튼처럼 되면 어떡할거야. 그래도 계속 나 만나줄거야?
당연하지, 얼굴이 달라져도 너는 너인데.
- 얼굴이 저렇게 할아버지라도?
응.
달래주니까 더 엉엉 울기 시작했음. 코끝까지 빨개져선 훌쩍거리면서. 그러다 달래주는 내 손 꼭 잡고 자기 볼에 부비적 거리다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함.
- 넌 할머니가 되도 지금처럼 예쁘고 아름다울거야.
B
밥먹기로 약속한 날이었는데, 차가 밀려서 좀 늦었음. 애가 나 보자마자 훌쩍훌쩍 울면서, 자기 바람맞힌 줄 알았다고 한참동안 자기 눈 만지작 댐. 겨우 어르고 달래서 밥먹는데 다시 우는 것임. 왜 그래, 또 왜 울어, 보검아, 하니까 도리질 치더니 말함.
- 이대로 네가 영영 안 오고 나랑 헤어지자고 할까봐, 그거 상상하니까 미칠 것 같아.
그런 상상을 안 하면 되잖아.
- 응. 밥 먹어, 얼른.
먹으라고 이것저것 내 앞에 밀어놔주는데 눈물을 멈출 생각을 안 해서 결국 옆에 앉았음. 나 너한테 그런 말 안해, 알지? 등 토닥거려 주자 어깨 끌어안고 엉엉 움.
- 함께 한다고 약속해. 시간의 끝까지 나랑 같이 가겠다고.
C
하반기 프로젝트 때문에 정신없이 바쁠 때였음. 출근은 있어도 퇴근은 없는 날이 계속 되니까 몸도, 마음도 다 피곤해서 애인 만날 때 마다 입버릇처럼 죽겠다, 죽을 것 같다고 자주 말했음. 오늘도 습관처럼 아,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 하니까 갑자기 애가 움.
- 왜 자꾸 죽는다, 죽는다 그래!
힘드니까 그렇지. 왜 울어.
- 죽는다는 말 하지마, 그거 하지마.
얼마나 울컥했는지 말도 제대로 못 하면서 신경질적으로 자기 눈 부비적 거리면서 코 훌쩍거림.
- 나 버리고 가지마.
D
성격이 워낙 호탕한 편이라 다들 거리낌없이 잘 지내는데, 올해 입학한 신입생들이 유독 내가 편했는지 자주 연락하고 술 마시자고 조르곤 했음. 근데 애한테는 그게 눈엣가시였는지 자주 보지마, 만나지마, 하다가 어느날 랩실까지 달려옴.
- 어디 갔었어, 어디에 있었어!
나 아무데도 안 가고 랩실에 있었는데?
그러다 의자에 앉아서 울기 시작함. 자기랑 친한 조교가 나랑 다른 남자랑 웃으면서 가는 거 봤다고, 아무래도 신입생인 것 같다고 말하는 거 듣고 혹시나 싶어서 랩실까지 쉬지도 않고 달려온거라고 했음. 너가 다른 사람이랑 놀지 말라며, 하니까 고개를 막 끄덕이더니 와서 다짜고짜 끌어 안았음.
- 다른남자랑 연락하면 안돼, 나 말고 다른 사람 네 마음에 담지마.
E
나이가 나이인지라 슬슬 결혼을 생각할 때가 됐다고 생각은 하는데, 결혼도 개인의 선택이라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음. 근데 애인은 나랑 생각이 달랐는지, 내가 결혼은 어떻게든 되겠지, 할 때 마다 안절부절 했는데, 나 너랑 결혼 안해, 하니까 별안간 울었음.
- 나랑 결혼 안 할거야?
울보랑은 결혼 안 해줄라고.
- 안 울… 안 울면 되잖아.
눈물 참으려고 입술 깨무는데 어깨는 계속 들썩들썩 거려서, 결국에 그런 거 아니라고 수십번 말하니까 입 풀더니 엉엉 소리까지 내면서 움.
- 앞으로 안 울테니까, 나랑 살자.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썼던건지 모를..
'Selec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온의 로맨스 고르기 (7) | 2017.03.24 |
---|---|
그을린 사랑 고르기 (20) | 2017.03.17 |
검사 김재윤 vs 조폭 최형배 vs 앵커 윤영화 고르기 (19) | 2017.03.12 |
여주와 그의 위태로운 퇴폐의 순간 (13) | 2017.02.07 |
여주의 유일한 신 고르기 (6) | 2017.02.07 |
즐겁게 읽으셨다면 상단의 하트 버튼을 눌러주세요. 댓글은 창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