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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김재윤 vs 조폭 최형배 vs 앵커 윤영화 고르기








 검사 김재윤




 A 기업 중요 참고인 역할로 범법자의 그림자를 밝혀낸 나는 한동안 검찰청의 인기인이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하던 김재윤 검사는 깔짝깔짝, 고맙다는 핑계로 연락을 해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대놓고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



 당신 검사 맞아요? 무슨 검사가 업무는 안하고 이렇게 돌아다녀?


 - 이것도 업무의 일종입니다. 사후관리까지 책임지는 검사, 멋지지않습니까?



 사후관리라니, 검사라 그런지 늘상 말만 번지르르한 놈이다. 아무튼 그런거 됐으니까, 따라다니시지 말라고요. 제법 성난 표정을 지었는데도 불구하고 검사가 피식 웃는다.





 - 되긴 뭐가 돼? 난 안됐는데. 나 아직 그쪽한테 관심 많습니다.


 아, 나는 관심없다고요! 왜 이렇게 따라 붙느냐고! 스토커에요?!


 - 왜요, 스토킹 한 걸로 해줘요? 그럼 그렇게 하지 뭐. 나 스토킹 했다, 너. 


 별 미친 검사…!


 - 해달라는 대로 해줬는데도 화낸다, 또. 그런 차별화된 매력에 반한겁니다, 내가.



 말이 안 통하니 이길자신이 없다던 진중권 교수의 일침이 이토록 와닿은 적이 있었던가. 이 망할 검사라는 작자는 무늬만 인간이지 벽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진짜, 살다살다 당신같은 사람 처음본다, 처음!


 - 이런 사람 처음이에요? 이야, 나 기분 좋네. 내가 처음인 것도 있고.


 하….


 - 기왕에 내가 처음인거, 하나 더 처음으로 볼래요?



 또 무슨 궤변을 늘어놓을까 싶어, 인상을 찌푸리고 뭐요, 하고 되물으니 검사가 웃는다.





 - 사랑받아 볼래, 나한테?








 조폭 최형배




 최형배는 내가 관리하는 구의 일급 수배자였다. 매번 증거불충분으로 빠져나가는 그를 어떻게해서든 잡겠다는 각오로 사활을 걸고 잠입을 시도했지만 금세 들통이 났다.



 - 어이, 짜바리.


 그렇게 안 부르기로 약속하지 않았어요?


 - 단 둘이 있을 땐 다르잖아. 여기 너랑 나, 둘 뿐인데 뭐 누가 듣겠니.



 남구 근처 항구 창고를 들렀다 갑작스레 쏟아진 폭우에 발이 묶여 그를 태우러 올 부하들을 기다리던 참이었다. 창고가 제법 낡은 탓일까, 옷 속으로 스며드는 물줄기가 얄궂게도 맨 살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 옷 다 젖겠네.



 황급히 셔츠자락을 감싸쥐는 손이 그에게 붙잡힌 것은 순식간이었다. 별안간 입술 위를 위태롭게 훑고가는 그의 혓놀음이 온 몸의 신경을 갉아먹은 듯, 모든 것을 불태웠다. 우뚝 멈춰선 내 볼을 감싼 그가 거칠고 부드럽게 입술을 탐한다. 갑작스레 틀어막힌 숨구멍이 열리자마자 거친 숨이 쉴새없이 흘러나왔다.

 


 우리… 이러면 안돼지 않아요?


 - 이러면 안될 이유 없어.



 지저분해진 쇼파 위로 나를 밀어넣는 그가 느긋하게 넥타이를 풀어 헤친다. 





 - 겁나?


 당신이랑 나는….


 - 그래, 그럼 지금 이 시간 부터.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불쑥 말을 잘라버린 그가 셔츠 단추를 풀며 고개를 숙였다.





 - 내 여자가 되는 꿈 꾼다고 생각해.








앵커 윤영화




 윤선배의 이혼 직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때부터 선배는 내가 몰래 키워온 사랑이었다. 사람이 언제나 위태로울 수는 없는 법이었다. 선배는 이전보다 많이 안정된 모습이었다. 장기간의 휴가 덕일까, 아니면 다시 복귀하게된 앵커라는 직함 덕일까. 



 - 넌 뭐 이렇게 주전부리가 많냐? 월급을 어떻게 쓰길래.



 매번 눈치만 보던 시절은 끝이다. 법적으로도 깨끗한 남자에게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었다. 눈치만 요리조리보며 이것저것 사다받치는 내가 부담스러웠는지 거절하던 선배는 이제 익숙한지 곧잘 농담도 던지고는 했다.



 나눠 먹으면 좋은 거잖아요. 참, 선배님 요즘 목 별로 안 좋으시다면서요. 



 주섬주섬, 유자청을 꺼내 건네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던 선배가 고개를 내젓는다.




 

 - 너 자꾸 나 챙겨주지 마라. 난 또 전적이 있어서 자꾸 잘해주면 오해해요.


 오해하셔도 돼요.


 - 오해해?


 네.


 - 단아.



 말투가 진지한 것을 보아 거절하려는 모양이다. 괜히 시선을 피하며 우물쭈물 대답을 내놓자, 선배가 허리를 굽히고 내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 너 그러다가 내가 고백하면 어쩔래.






 

 한달넘게 잠수탔다가 가져온 글이 또 과거글이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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