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가지 대죄 : 황제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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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아름다운 자매들과, 하염없이 자비로우신 아버지의 얼굴을 보면 이따금씩 내가 이리 행복해도 되는 것일까, 혹여 이것이 몽(夢) 은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주인님, 편지가 왔는데요. 즉시 읽고 외출 준비를 하라고 하십니다.
집사가 건넨 하얀 봉투에는 황궁에서만 사용하는 직인이 찍혀있었다.
황제의 어명에 따라 황후로 책봉된 여주.
당신을 선택한 7가지 죄악, 황제는 누구입니까
01 탐식 : 음식을 탐냄. 또는 탐내어 먹음.
하정우
황후께서 오신다며, 허리를 수그리는 황궁 사람들은 이미 나를 나라의 어미로 생각하는 듯 하다. 승상이 안내해준 황제의 방에 들어섰다.
베르길리우스의 막내 딸, 유여주 인사 올립니다.
방안은 고요했다. 혹 다른데라도 계시는가 싶어 발걸음을 떼려다 이내 문 가까이에 있는 쇼파에 앉았다. 멋대로 돌아다니다가 황제의 노여움을 살 수도 있으니, 그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 두려움도 삼긴 채,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데 쾅ㅡ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 누구냐?
들어서자마자 아무렇게나 옷을 집어 던지는 그는 나를 위 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베르길리우스의 막내 딸, 유여주 입니다. 저를 황후로 책봉하신다하여….
- 아, 내 그리하였었지.
계시지 않아 멋대로 의자에 앉는 범례를 결하였습니다. 부디 너른 마음으로 양해를….
- 그것으로 사과가 되겠느냐?
상의를 탈의한 채, 시가에 불을 붙이고 있는 황제가 연기를 깊게 들이 마셨다. 우두망찰하게 서있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눈은 어딘가 폭력적인 기운이 가득했다.
- 그것으로 사과가 되겠느냔 말이다.
송구…하옵니다.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마을에서 소문난 개차반 귀족의 하인들이 그들에게 빌 때 하던 모습이었다. 머리를 들라 명할 때 까지 바닥에 비비고 있는 것, 어떤 것도 견주어 볼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의 추락이었다.
- 이리로 기어 와보거라.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 두번 말하게 하지 말거라.
- 네 무릎으로 예까지 기어 와보거라.
침대 기둥에 기대어 묘한 웃음을 흘리는 황제는 시가를 바닥에 던져 비벼껐다. 알싸하고 매캐한 향이 가까워질 때 까지, 나는 무릎으로 한 발자욱씩 기어서 황제의 앞에 다가갔다.
- 가까이서 보니 더 곱구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 네 아비 태사가 이르기를, 집에 커다란 복숭아 나무가 있다 하던데.
예, 저희 자매가 어렸을 적부터 귀하게 키운 나무입니다.
- 먹어본 적 있느냐?
열매가 열리면 언제든 빛좋은 복숭아를 따서 먹고는 하지요.
- 황후도 꼭 그 맛과 같은지 내 알고 싶네만.
황후라고 칭한 호칭보다 뒤에 흘러나온 음담패설이 내 가슴을 더 조여오게 했다. 내 입술을 쿡쿡 찌르는 손가락에서는 매캐한 시가향이 났다.
- 이 복숭아처럼 잘 익은 것도 과즙맛이 나는지 알고싶군.
그….
- 황후, 지아비가 어디서 무얼하다 늦게 왔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 내 여인들 치맛폭에 놀아나다 잠시 쉴 요량으로 황궁에 올랐는데.
……….
- 여기에도 집어삼킬 것이 있으니 과인이 얼마나 기쁜지 황후는 모를게요.
무슨 말씀 이신지….
- 고대에 탐(貪) 이라는 괴물이 살았는데, 끝없는 욕심을 부리는 괴물이었다 하오.
……….
- 황후는 직접 괴물이 사는 궁으로 들어온게요.
황제는 강제로 나를 일으켜세웠다. 오랫동안 무릎 꿇고 앉아있어 휘청이는 나를 잡아 챈 그가 약간 고개를 쳐들고 웃었다.
- 내 그대를 한 입, 한 입, 정성스레 먹어드리겠소.
02 탐욕 : 지나치게 탐하는 욕심.
이제훈
황궁에 다다르자 마자, 내 손을 쥐고 계단을 오르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황제였다. 오다가 하이힐까지 벗겨져 헐떡 거리는데도, 황제는 조금의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방에 들어서자 마자 나를 의자에 앉혔다.
- 드디어 예까지 걸음을 했군.
경황이 없어 예도 못 갖췄습니다. 기, 김여주 인사 드립니다….
- 하, 참 가까이서 보니 색기가 넘치는 것이 보통 미모는 아니구나.
성은이 망극…
- 몇명이나 거쳐갔느냐?
소인, 황제폐하께서 묻고자 하시는게 무슨 뜻인지….
- 네 몸을 탐했던 사내 놈들이 몇명이었느냔 말이다.
황제의 언행에 인상이 찌푸려졌으나, 금세 표정을 지워보이고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가까이 지내던 벗은 있지만, 소인, 사귐이 없는 처녀입니다.
- 가까이 지내던 친구라.
제 입으로 처녀임을 밝히는 것은 망측한 일이었다. 만일 황제가 자신을 황후로 책봉하지만 않았으면, 아버지의 오랜 벗인 법호님의 차남 언과 혼례를 올렸을 몸. 그와 농밀하게 지낸 것은 아니지만, 내 오랜 소꿉친구이기도 했다.
- 벗이라…. 그 멍청한 소호의 자식인 예온을 말하는게냐, 아니면 법호의 언을 말하는게냐?
- 이 둘도 아니면 네 집사의 장남인 조쉬를 말하는 게냐?
…폐, 폐하께서 어찌 그들을 다 알고 계십니까?
어릴 적부터 가까이 지내온 그들은 사교계에 깊은 인맥을 자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모를 이야기였다. 게다가 예온이라하면, 못 본지 몇해가 지났는데 어떻게 그의 이름까지 알고 있는걸까.
- 예온과는 연락이 닿질 않겠지.
…그것 또한 어찌….
- 18살 되던 해에 네 허리춤을 붙잡고 되도않는 춤을 가르친다면서 손도 잡았고.
……….
- 그리고 우리 속국의 전쟁에 참가한단 이유로 연락이 끊겨 생사여부도 알 수 없다.
황제는 얼어있는 내 표정을 따라하며 말을 이었다.
- 죽었을게다. 아니, 죽었구나.
예온이 죽었단 말씀 이십니까…?
- 내 손으로 직접 묻었지.
허면 기별이라도 한 통 넣어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예온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돌아오기만을 기다리시는…!
- 남은 둘은 어찌할까 하였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 네 가까이에 있는 사내놈들은 다 죽이겠다는 뜻이다.
예온까지 제 손으로 죽여 묻고, 이제는 다른 벗들까지 죽이겠단 말인가? 분노에 부들부들 떨리는 내 손을 감싸쥔 황제는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한 낮 미물이라도 생은 소중한 것입니다. 어찌 제 벗이 사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죽이려 하십니까!
- 네 옆에 남을 사내는 나 하나면 족하지 않은가.
사내면 제 아비도 죽이시렵니까? 관료도 죽이실겝니까?
- 만일 그리해야 한다면 전부 죽여야지 별 수 있겠는가.
폐하!
조롱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던 황제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위스키병을 집어든다. 알코올 냄새가 코 끝을 자극했다.
- 두번 말하는 건 싫으니 잘 듣거라.
……….
- 네 벗이었던 두 사내놈 목숨줄이라도 붙여놓고 싶으면.
- 내 품에서 내가 주는 사랑만 받으면서 조용히 있는게 좋을게야.
03 나태 : 행동, 성격 따위가 느리고 게으름.
박보검
황제는 깊은 잠에 빠져있다고 했다. 당황스러워하는 승상에게 괜찮다는 인사를 수십번이나 덧붙이고, 앞으로 내가 살아가야 할 곳을 돌아보며 산책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황궁을 맴돌았다. 아버지께서 황제폐하는 무릇 흘러가는 바람처럼 유연한 성격이라 하셨는데, 게으름뱅이라는 것을 에둘러 표현하셨나보다. 못까지 뱅뱅 돌고 자리로 돌아오니 승상이 황제가 깨어나셨다며 그의 방으로 안내했다.
- 시간이 어느 땐데 내 잠까지 방해하면서 들어온게냐.
…베르길리우스의 막내 딸, 정여주 입니다. 황제폐하께서 직, 접 소인을 황후로 책봉하셨다하여….
- 아, 아무거나 골라 집은게 너였구나.
아무거나 골라집어…? 눈을 찌푸리며 고개를 조금 갸우뚱 거리자 나를 보고 있던 황제가 셔츠의 단추를 잠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 여인이나 황후로 맞이하려 하셨습니까.
- 네 미모가 제일 고와 너를 내 황후로 책봉한다 하였지.
방금은 아무거나 골라 집으셨다 하지 않았습니까.
- 이리와서 타이 좀 매보거라.
대답을 회피하는 황제는 넥타이를 흔들거리면서 말했다.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그의 넥타이를 맸다. 오후가 다되도록 잠이나 퍼질러 자고, 도대체 어떻게 황제가 됐는지 의문 투성이야.
- 곧 해가 저물겠구나.
예, 그만 기침하시고 식사부터 하시지요.
- 황후라고 벌써 지아비부터 챙기는 게야?
살풋이 미소를 지으며 귓불을 만지작 거리는 황제는 느릿하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지아비는 무슨, 내 큰 아들하나 얻어 키우는 느낌이 납니다만. 안보이게 슬쩍 흘겨보고는 그를 따라 내려와 의자에 앉았다. 구경도 못할 온갖 산해진미가 가득 했다.
- 황후가 무얼 좋아하는지 몰라 이것저것 다 해오라고 일렀는데.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 마음에 들었다면 다행이구나. 내 옆에 와서 앉거라.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 황제의 옆에 앉아 포크를 집었다. 흐뭇한 얼굴로 나를 보던 황제는 식사할 생각이 없는지 말없이 나를 쳐다보기만 한다.
가짓 수가 많습니다. 어서 드시어요.
- 내 손 닿는 것이 귀찮은 터라.
- 하나하나 입까지 넣어보거라.
당당하게 입을 아, 벌리는 황제는 벙쪄있는 내게 무언의 눈빛으로 재촉했다. 아주 게을러 터진 황제로구나. 이것저것 집어다 황제의 입에 넣어주고 있는데, 우물우물 거리던 황제는 뒤늦게서야 포크를 집어 가까이에 있는 망고를 쿡 찔러 내 입에 넣었다.
- 황후를 위해 직접 어명까지 내려 준비한 것이니 많이 드시오.
예…. 망극하옵니다.
- 눈이 참 곱소.
폐하께서도 훤칠하시니 참으로 잘생기신 용안이십니다.
껄껄대고 웃는 황제는 칭찬에 퍽 기분이 좋았는지 내 손을 저지하며 반대로 내 입에 이것저것 넣으며 먹였다. 느릿한 식사가 끝난 후, 황제에게 인사를 건네고 다른 방에 가려던 나는 그의 손짓에 따라 그의 앞에 섰다.
- 황후는 내가 황소마냥 게을러 터진 황제라고 생각하고 있을테지.
아, 아니옵니다….
독심술을 하나. 아니면 제 주제는 아는 현명한 황제인가. 되도 않는 고민에 휩싸여 있는데, 내 손을 끌어당긴 그가 나를 자신의 품에 가두고는 정수리 위에 머리를 내려놓았다.
- 느리게 사는 것이 황홀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오.
어떤….
- 황후에게 예를 보여주고 싶은데.
제 품에서 나를 떨어뜨려놓은 황제가 침대 위로 내 어깨를 밀쳤다.
- 느리고 세심하게 수십번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얼마나 격정에 차오르는 것인지 내 친히 보여드리겠소.
04 음란 : 음탕하고 난잡함.
김우빈
아버지는 승상의 옆까지 따라오며 내내 내 걱정만 하셨다. 승상도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측은한 눈으로 바라본다. 황제가 폭군인가…. 혹여 폭력이라도 사용하는 그런 돼먹지 못한 성정을 가진 것은 아니겠지….
황제폐하께 인사….
- 왔느냐.
헝클어진 머리를 만지작 거리던 황제가 인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말을 끊었다. 다시금 고개를 수그리며 인사를 하자, 그가 픽 웃으며 쇼파에 기대어 앉았다.
- 그리 춥지도 않은데 무얼 그리 꽁꽁 싸매고 왔는지.
예복이다보니….
- 아니다, 감춘게 많을 수록 벗기는 재미가 있으니 더 좋구나.
예…?
순식간에 미간이 좁혀졌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온갖 음탕한 놈들은 다 만나봤지만, 나라의 아비라고 불리는 황제마저 그런 놈들과 같은 부류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그저 이 여인, 저 여인 돌아가며 즐기며 주색잡기에 빠진 색귀놈이 남편이라니, 아버지와 승상의 깊은 한숨이 단박에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 그리 서있지 말고 이리 와서 옷부터 벗어보거라.
…싫습니다.
- 허, 호락호락 내주지는 않겠단 말인가.
폐하의 언행이 여인이 듣기에 거북한 음담패설이라는 것을 알고는 계십니까.
- 알고 있다면 어찌할게냐?
……….
- 짐의 엉덩이라도 내치며 혼이라도 낼테냐?
억지로 내 손을 끌어다 자신의 엉덩이를 툭툭 치는 황제는 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가까스로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나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불쾌합니다! 이런 행위는 삼가하여 주십시오!
- 이런 행위가 싫으면 다른 행위는 어떻느냐?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 짐의 윤허 없이는 어디도 나갈 수 없네.
자신이 앉아있는 쇼파 위에 강제로 나를 앉힌 황제는 무어라 할 새도 없이 내 귓불을 깨물었다. 처음 느껴보는 고통은 찌릿한 감정을 전달하며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아…!
- 좋은가 보구나.
아픕니다…!
- 이 쪽도 아픈가?
이번에는 반대쪽 귓불을 깨문다. 아까와 같은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재미있다는 듯 큭큭 대고 웃는 황제의 얼굴을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리 부부의 연을 맺을 것이라 해도 함부로 제게 손대지 마십시오. 이 몸은 제 것이지 폐하의 것이 아닙니다. 이리 음탕한 짓도 하지 마시라는 소립니다ㅡ!
- 흠.
다른 여인은 어떤지 몰라도 소인, 페하께서 하신 농지거리나 음담패설 매우 불쾌하니….
말이 마치기도 전에 황제가 나를 들쳐업었다. 어깨 위에 올려놓고 내 허리를 쥐고있는 손은 바위마냥 단단하고 강인했다. 버둥버둥거리는 내 엉덩이를 찰싹 때린 그가 나를 침대 위로 던져 놓았다.
- 어디 계속 앙앙거려 보거라.
05 교만 : 잘난 체 하며 뽐내고 건방짐.
강동원
황제폐하를 처음 알현했을 때, 솔직히 말해서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위대한 조각가가 깎아 만든 듯한 얼굴에,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황제는 눈이 부신 미남자. 그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지내기를 며칠, 급작 내 방에 들이친 황제는 나의 시선에 픽 하고 미소를 흘렸다.
- 그리 취할만큼 내 아리따운 용안을 지녔기는 하다만.
……….
- 그대가 계속 쳐다보면 내 견디기 힘들지 않겠소.
황제는 모든 것이 완벽하나, 한가지 흠 아닌 흠이 있다면 지나친 자신감이었다. 자신의 외모를 극찬하는 그는 내가 쳐다보기만 하면 아름답소? 하고 묻고는 했다.
- 프리지아 향이 나는 군.
폐하께서 좋아하시는 향이라길래….
- 그 말은 나를 그대의 방으로 부르기 위함이렷다?
그, 그것이 아니옵고….
사실 말로만 부부라는 관계로 얽혀있지, 그와 긴밀한 관계를 가진 적은 없었다. 이처럼 황제가 먼저 내 방에 찾아온 것은 우리가 만난 이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 내 황후를 안고 싶기는 합니다만.
……….
- 보다시피 황제인 나를 가만 내버려두는 여인이 없어서 말이오.
- 그대는 차차 품에 넣어드리리다.
그의 뛰어난 외모만큼이나 따르고자하는 여인은 수도 없이 많았다. 나는 말만 황후지, 그의 미소를 받으며 사랑을 나누는 여인들보다 못했다. 여인으로써 참혹하고 낯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꼭 그에게 말하고 싶었다.
안아주십시오….
- 무어라 했소?
황제폐하께 안아달라 간청하였습니다.
나를 훑어보던 폐하가 웃기다는 듯 눈을 찡긋 거리며 소리없이 킥킥댔다. 온통 달아오른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의 시선에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다. 나를 음탕한 여인으로 볼테지. 어찌 후회할 짓을 하였느냐. 허벅지를 꾹꾹 꼬집고 있는 와중에 슬그머니 내 침대 맡에 앉은 황제가 내 손을 쥐었다.
- 그렇게 제 몸을 괴롭히고 싶을 정도로 내가 안아주길 바라오?
아, 아니옵니다…. 소인이 예의 없이….
- 좋소. 황후 하나 안는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괘념치 마시옵소서. 소인은….
- 대신 짐이 아무런 댓가없이 황후를 안아드릴 수는 없고.
잡고있던 내 손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긴 황제는 조금만 고개를 쳐들어도 입술이 맞닿을 거리에 자신의 얼굴을 두고 느릿느릿하게 입술을 열었다.
- 안아달라 간절히 애원하면 그리 해드리다.
06 시기 : 남이 잘되는 것을 샘하여 미워함.
유아인
아마 내 평생에 후회되는 일을 꼽으라하면 단연코 황제를 만난 일일테다. 처음본 날 부터 나를 방에 가둬두다 시피 한 그는 윤허없인 어디도 내보내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황제폐하, 부디 간곡히 청하니 소인을 내보내주시옵소서.
- 얌전히 있으시오.
저를 가두시는 이유라도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발악하며 소리지르는 내게 한발자국씩 다가온 황제는 내 턱을 쥐고 끌어올렸다. 황제의 강렬한 눈동자가 얼굴 위로 날카롭게 떨어진다.
- 사내놈들이 많지 않소.
무슨….
- 이리 곱고 아름다운데 누가 탐하기라도 하면 안되니 가둬두는게요.
황공하오나…! 어찌 저를 가둬두기만 하시려는겝니까. 소인도 황후가 된 몸입니다. 나라의 어미로써 백성을 굽어 살펴야 하지 않습니까!
- 그대는 과인보다 백성이 더 소중하오?
그야 소인은 백성들이 어미가 된….
황제의 입술이 거칠게 부딪혔다. 배려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난폭한 입맞춤에 머리가 어질거린다. 겨우 떨어진 그의 입술에 별안간 정신이 들었고, 통증이 느껴졌다. 입술이 짓이겨져 피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 다시 묻겠소, 황후. 그대는 과인이 중하오, 백성이 중하오?
……….
- 대답이 없으면 백성이 나보다 중하다는 것으로 알아 듣겠소.
폐하….
- 더 난잡하게 짓이겨져 망가지고 싶소?
……폐하가 더 중하다 말씀드린 것입니다….
- 옳지, 이제서야 제대로 된 답을 말하는구려.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는 황제는 피가 묻은 입술을 정성들여 닦아 내고는 제 품에 넣었다. 따뜻한 온기에 비해 그의 성정은 혹한기보다 더 차갑고 냉혹했다. 미안하오…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에 조금씩 마음이 진정되고 있을 무렵 황제가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 황후는 오로지 내 것이어야만 하오. 다른 이들에게 눈길 주지 마시오. 그대는 오로지 내 소유요.
07 분노 : 분개하여 몹시 성을 냄.
우지호
황제는 기기묘묘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는데, 날카로운 눈매에 꾹 다문 입술은 세상 모든 비밀을 집어 삼킨 듯, 은밀한 모양새였다. 나를 처음 만났을 때 부터 농밀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는 유난히도 내게 관심이 많은 듯 했다. 기나긴 국정회의의 끝, 긴장감이 풀리려는 순간 그는 처음으로 내 앞에서 담배에 불을 붙혔다.
- 순수한건지, 미련한건지.
…소인 말입니까?
- 나만 화가나는 것이오?
혹, 소인이 폐하의 심기를 건드렸다면….
- 그 순해빠진 대답이 나를 더 미치게 만드는 거요. 알기는 하오?
주름이 짙어진 미간과 검붉은 눈동자를 나를 보고 있었고, 그의 말투는 무언가 채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황제의 심기를 건들인 적이 있던가. 나는 그저 그가 하자는 대로 따르는 것이 다였건만….
소인, 폐하가 원하시는대로 하겠습니다.
- 웃어보시오.
………?
웃어보라는 황당한 제의에, 입꼬리를 가득 끌어올려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보이는데 그걸 보고있던 황제가 신경질적으로 지포라이터를 바닥에 내팽겨쳤다. 화들짝 놀란 얼굴로 바닥에 놓인 라이터를 쳐다보는데 잔뜩 가라앉은 황제의 목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 다른 사내새끼들한텐 그 야릇한 미소 잘도 흘리고 다니면서 내 앞에선 어려운가?
폐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 어찌할까, 그대를.
……….
- 어디 하나 망가뜨려서 불구로 만들어 걷지도 못하게 할까?
농이… 지나치십니다.
떨리는 목소리에 재밌는 듯 씩 웃은 황제가 담배 연기를 길게 들이 마셨다.
- 농짓거리 같소?
…허면 정녕 소인을 불구로 만들기라도 하실 셈입니까….
- 그리 하고 싶다면 어쩌겠소?
순식간에 나이프를 낚아 챈 황제가 테이블 위에 있는 내 손가락 사이로 칼날을 내리찍었다. 아슬아슬하게 비껴 간 칼날에 겉잡을 수 없는 공포심이 치밀어 올랐다. 내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는 칼을 꺼내고는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 이 손도, 이 몸도, 이 미소도 온전히 내 것인데 말입니다.
……….
- 그렇게 헤프게 다른 사내새끼들한테 흘리고 다니니 도무지 참을 수가 있어야지요.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 내겐 그대의 색기가 더 지나치게 다가오는데 말이오.
황제가 찍어내린 칼날의 파괴력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꽃병을 깨뜨릴 정도였다. 바닥으로 추락하는 물줄기, 그리고 꺾인 장미꽃이 힘없이 테이블 위에 늘어진다. 그는 장미꽃을 손에 쥐고 망치려고 작정한 사람마냥 마구잡이로 흐뜨려 놓았다.
- 이렇게 망가뜨릴 수도 있소.
……….
- 황후 목숨 하나야 담배에 불 붙였다 끄는 것마냥 비벼끌 수 있다는 얘기요.
두려움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 황후 부모가 소중히 물려준 옥체인데, 나 또한 황후를 그리 하고 싶지는 않소.
……….
- 헌데 황후의 태도가 영 마음에 안든단 말이지.
어, 어찌하면 제가….
- 어디 하나 망가져서 불구가 되겠소,
- 아니면.
- 얌전히 내 품에 안기겠소?
당신을 선택한 7가지 죄악, 황제는 누구입니까.
쓴지 2년 됐던가,,
이거 수정하기 너무 힘들어서 재업 안 하려고 했는데
재업할게 너모 없는 관계로...
상실은 이 글을 재업하고 345345년간의 휴식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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