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인 여주를 사랑하는 대표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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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인 여주를 사랑하는 대표 고르기
01 타인 레이블 대표 송중기
타인 레이블의 대표라 소개한 그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 감정을 미묘하게 자극하는 기시감을 가지고 있었다. 높게 솟아오른 콧대, 깨끗하고 남자답게 생긴 외모는 내가 꿈에서나 꿈꾸던 남자였다. 오랫동안 꿈을 꾸며 꿈의 남자가 된 그는 당연한 절차를 밟듯 내 짝사랑의 대상이 되었다.
- 다이아몬드 채굴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요?
아뇨…?
- 가장 원시적인 방법인데, 광부가 직접 채굴을 하죠. 흙 속에 묻혀져 있는걸 찾는 거에요.
과정이 꽤 까다롭네요.
- 아마 다른 레이블의 제작자들은 시야각이 좁을 겁니다. 진짜 원석을 발견하지 못했으니까.
저, 저요?
- 다이아는 흙 속에 아무렇게나 묻혀져 있는데 실제 원석은 빛이 나지 않아요. 뛰어난 연마사들의 손에서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만 빛이 나죠. 빛날 준비가 되어있습니까?
나를 다이아몬드 원석으로 칭해주는 이를 거절할 이유는 없다. 바로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연습의 기간 없이 바로 앨범 제작 준비에 들어갔다. '레이블 계의 호랑이'라 불리는 그는 내게 마치 '천사' 와도 같았다.
느낌은 좋지만 정리가 하나도 안되어 있어요. 이런걸 데뷔시키면 우리 레이블 리스크가 크다구요. 게다가 태도며, 말투며 건방지기 짝이 없고….
처음 온 날 부터 내게 불쾌함을 표현하던 믹싱 프로듀서 릴리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비난을 퍼부었다. 아무 말 없이 믹싱이 끝난 곡을 듣고 있던 대표님은 심드렁한 얼굴로 그녀를 보며 한마디 했다.
- 괜히 쑥쓰럼 타면서 예쁜 척 안해서 좋고, 자기 잘난 거 알아서 좋고.
- 건방진 거 알아주면 아닌 척 너스레 떠는건 매력이고.
-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은 아니라면 '나의 레이블' 을 떠나도 좋습니다.
나를 감싸주는 그는 레이블에 섞이지 못하는 내게 가장 큰 힘이 되주었다. 늦은 새벽, 녹음을 할 때면 따뜻한 차를 녹음실에 가져다주는 대표님은 한곡, 한곡 끝나갈 때 마다 묻곤 했다.
- 힘들면 내일 할래요? 목 안 아파요? 아프면 안돼요.
- 아프면 내게 말해요.
대표님의 세심한 배려 덕에 문제없이 데뷔 음반 제작에 성공했다. 공식 판매를 앞 둔 하루 전날, 대표님은 대표 회의실로 나를 불렀다.
- 데뷔 축하 합니다.
전부 대표님이 신경써주신 덕이에요. 제가 더 감사합니다.
- 레이블 계약은 이미 했고, 다른 쪽에서 계약이 왔는데 어떻게 할래요?
무슨 계약이요? 대표님이 괜찮다고 생각하시면 할게요.
- 그럼 해야겠군요.
대표님이 하얀 A4 용지를 내민다.
이, 이게 뭐에요?
- 어떻습니까?
계약연애를 하자구요?
- 송중기 인생의 유일한 여자로 데뷔하는 거요.
02 상실 레이블 대표 변요한
어린 나이에 국내 최고의 레이블사를 가지고 있는 변대표는 서글서글한 인상에 맞게 차분한 성격이었다. 라이브로 노래를 듣고싶다는 그의 부탁에 나는 기타를 치며 곡을 완주했고, 가만히 듣고 있던 변대표는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 취했어요.
제 음악에요?
- 당신 음악이랑 당신한테.
에이, 그럼 곧 정신 차리실 것 같은데요.
- 희한한건 깨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는 것.
내 음악에 취했다는 변대표는 바로 자신의 레이블과 계약을 맺었다. 나는 우연 레이블에서 가장 최고의 대우를 받는 유일한 싱어송 라이터가 되었다.
첼로가 필요할 것 같은데… 다시 편곡 할까요?
흘리듯 한 말이라도 결코 지나가는 말이 없는 그는 다음날 바로 음대 출신 첼리스트를 데려왔다. 변대표는 내 부탁이면 뭐든 들어주려고 했다. 그런 배려에 익숙해지는 내가 조금씩 거만해지는 데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변대표가 잘해준다고 거만하게 굴지마. 너는 우리에게 그냥 상품일 뿐이야. 언제든지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는 상품.
지난 시간 동안 오만방자하게 굴었던 내 자신이 창피해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수그린 채 눈물만 흘리고 있자, 변대표는 내 어깨를 감싸쥐며 알렉시를 보며 멸시에 찬 어투로 말했다.
- 여왕을 여왕 대접 하는건 당연한 일입니다. 당신은 여주를 소모되는 소품으로 보지만, 내게는 나를 취하게 만드는 노래에요.
- 돈은 많은데 쓸 데가 없는 투자자들은 차고 넘치니 이쯤에서 당신과 끝을 내는게 낫겠어요.
그 날로 알렉시는 상실 레이블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빼앗긴 채로 쫒겨나게 되었다. 온실 속 화초를 돌보 듯, 내게 지극정성인 그의 덕에 나는 성공적으로 데뷔를 하게 되었다. 하루하루 리스너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내게, 변대표가 말을 걸어왔다.
- 여주씨는 본인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음… 어리광도 많이 부리고 철없고, 뭐 그래도 실력은 꽤 괜찮은 싱어송 라이터요.
- 유여주씨, 당신은요….
괜찮은 싱어송 라이터는 뺄까요?
- 너는 나의 문장이야.
………?
- 계속 읽고싶어지는 나의 문장.
뜻모를 소리에 눈만 깜빡깜빡 거리며 변대표의 눈치를 살피는데, 그가 희소를 띄웠다. 내가 왜 변대표의 문장인걸까?
- 사람들은 어떤 문장들을 머릿 속에 오랫동안 기억해 두곤 하죠. 그게 그 사람의 좌우명이 될 수도 있고, 인생의 모토가 되기도 해요. 그런 문장이야, 유여주 너는.
……….
- 내 삶의 가르침이 되고, 신조가 될 생각 없어?
- 나는 너를 끊임없이 읽을게.
03 티스 레이블 대표 이제훈
큰 키에 호리낭창한 체구, 세상에서 가장 유약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그는 자신을 필연 레이블 대표라고 소개했다. 이대표는 인사를 마친 내게 인주를 내밀며 말했다.
- 얼른 계약 하죠.
…이렇게 금방이요?
- 누가 당신 빼앗아 가기 전에, 내 곁에 잡아 둬야죠.
그의 레이블에 들어가게 된 나는 이대표와 급속도로 친해지며 음반 제작에 대한 회의를 했다. 누구보다 특별한 나에게 특별한 음반을 제작해 주고 싶다는 이대표는 늦은 밤에 나를 찾아와 말했다.
- 도시를 위한 노래를 만듭시다. 서울, 파리, 뉴욕, 바르셀로나… 그런 도시 한 복판에서 노래를 부르고 녹음하는 거에요. 전 세계 사람들이 당신의 음악에 반하도록.
소음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며 웃는 그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고, 나는 그와 음반 제작을 위한 세계 투어에 나섰다. 그 도시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 컨셉이 통했는지, 반응이 꽤 좋았다.
- 세상에 최여주라는 나라나 도시는 없을까요?
없을 걸요? 제 이름을 딴 도시라니, 그런건 왜요?
- 당신을 찬양하는 노래를 만들게요.
내게 유독 잘해주는 이대표는 세계 도시 투어를 마치고, 마지막 트랙인 '서울Seoul' 녹음을 앞두고 별안간 사귀자는 제안을 했다. 그의 위치가 부담스러운 나는 그를 거절했고, 그 이후로 그는 종적을 감췄다.
그리고, 데뷔를 앞둔 어느 날, 이대표가 불쑥 찾아왔다.
- 아직도 싫습니까?
대표님이랑 저는 어울리지 않아요. 저는 이대표님이 아는 것보다 훨씬 별로에요.
- 울어요?
사실 이대표를 좋아하지만, 나는 그에게 어울리기에 너무 결점이 많은 사람이다. 나를 바라보던 그가 나를 끌어당겨 안고는 위로 하듯 내 등을 토닥거렸다.
같이 여행도 하고, 제가 강대표님 소속 레이블 뮤지션이긴 하지만요. 저는 대표님이 아는 것보다 별로인 사람이에요. 저를 좋게 봐주셔서 그런 것 같아요.
- 나는 여주씨를 잘 모르는게 더 좋아요.
저에 대해 알게 되면 실망 하실 거에요.
- 그래도 상관없어요.
실망할 거리가 많아요. 저에 대해 좋은 것만 보셔서….
- 내 남은 인생동안 천천히 알아가면 돼요.
나를 쳐다보는 고아한 그의 시선에 심장이 쿵쾅거린다.
-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이건 상관 없어요. 실망하게 된다 해도 좋아요. 그 날을 빼고 당신의 좋은 점을 찾으면 되니까.
- 남은 인생 동안 나랑 같이 걸을래요?
비긴 어게인을 보고 썼다는 사족이 있는 걸 보면
대체 언제적인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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