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상사 고르기 : 외국ver.

2017. 1. 19. 02:43
300x250


wrt. 타인의 상실

 Copyright ⓒ 2016 타인의 상실. all rights reserved.

 무단복사 및 개인사용, 영리목적으로 이용시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을 묻겠습니다.






나쁜상사 고르기 : 외국ver.




 


 난해한 관계 : 편집장 김여주X에디터 빌 스카스가드



 콧등 사이 자리잡은 잔주름이 보였다. 밤우물같이 까맣게 자리잡은 아이홀을 멀찍이 들여다보려 고개를 빼자마자 투박한 손이 늦을새라 득달같이 달려와 뒷통수를 끌어 당겼다.





 - 어딜 감히.

 놔봐. 네 눈 보려고 한 것 뿐이야.

 - 멀어지면 키스하기 힘들어.



 절대 놔주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깃든 손바닥이 톡 튀어나온 머리를 다정히 구슬리다 픽 웃는다. 안 피하네? 조롱 아닌 조롱이 담긴 빌의 어조에 여주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네가 또 잊은 것 같은데, 직급은 내가 더 높아.



 킥 소리를 낸 빌이 여주의 턱선을 어루만지다 입술 위를 조심스레 야릿하게 훑었다. 네가 나보다 직급은 위일지 몰라도. 왼손으로 여주의 어깨를 눕히며 셔츠 단추를 조용히 푸르는 빌이 고개를 숙였다.




 

 - 여기선 항상 내가 네 위야.







 고결한 충동 : 모델리스트 이여주X디자이너 데인드한



 여주의 손에 들린 드레스를 한참이나 말없이 바라보는 데인이 지루한 얼굴로 서류를 뒤적거렸다. 슬쩍슬쩍 올라오는 종잇더미 위에 붙은 제 사진에 여주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꾹 그라쥔다.





 - 시즌 임박해서 실력좋은 모델리스트를 보내달라고 했더니 온 게 당신이었지.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드시는 건가요?

 - 빅토리아 시크릿을 담당하는 사람이 에르베레제의 드레스를 완벽하게 만들거라는 생각은 안 했어. 알아. 그게 당신 탓은 아닐거야.



 의자에 기대 앉아 제법 건방진 자세로 위아래로 여주를 훑어보는 데인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퍽 기분 나쁜 시선임에도 불구하고 여주는 마치 그의 앞에 나체로 서있는 듯 야시시한 기분에 절로 몸이 움츠러 들었다.





 - 언더웨어는 어때. 드레스보다 사정이 좀 나은가? 만들고 나면 토르소가 아니라 본인이 직접 입고?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건데요.

 - 궁금하잖아. 당신이 담당한다는 그 브랜드, 당신 손으로 만든 언더웨어가 얼마나 잘 어울릴지.

 ……….

 - 뭐, 벗으라는 말은 아니고.



 무엇에 그리 신났는지 느물거리는 몸으로 웃는 데인이 대뜸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도 벗어주면 고맙긴 할거야. 어딘가 위압적인 말투에 여주가 뒷걸음질 친다. 금세 여주를 낚아챈 데인이 여주의 손가락을 주고 제 입 위에 얹어놓았다.



 - 난 내 손으로 직접 마네킨에 옷을 입혀.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설 정도로 마력이 가득한 목소리에 여주가 입술을 말아넣었다. 





 - 내 마네퀸.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 꺼풀씩 벗겨내 한 결 씩 쓰다듬으며 사랑해줄게.







  색한 이별 : 비서 박여주X전무이사 비고 모텐슨



 며칠 내내 어둔 표정으로 말 한마디 걸지 않는 그의 행동에 여주의 기분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사실 앞에서 망설이기를 기백번, 겨우 다짐의 다짐을 얹은 후에야 노크 후 이사실로 들어선 여주는 턱을 괴고 앉아 담배를 태우는 비고의 모습에 멈칫했다.





 - 안 그래도 부르려 했었는데.

 ……무슨 일로….



 무언가 설명하려는 듯 턱을 괴고 있던 손을 살짝 들어 올린 제스쳐를 취한 비고가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 이탈리아 본사로 발령 받았어. 오늘이 당신과 나의 마지막 날이야.

 빨리 말씀해주셨으면 송별회라도 했을텐데….

 - 아, 아냐. 송별회로 받을 건 따로 있으니까.



 아무렇게나 담배를 비벼 끈 비고가 테이블 위에 걸터 앉았다. 조신한 처녀애처럼 양손을 모으고 서 비고의 눈치를 보는 여주는 놀랄 새도 없이 그의 손길에 끌려갔다.





 - 분명 아쉬울 이별일 게 분명하니 잊지못할 선물을 받아야겠단 생각이 들더군.



 별안간 입술 틈새로 파고든 아릿한 통증과 알싸한 니코틴향에 눈을 질끈 감은 여주는 치맛자락을 움켜쥐었다.



 - 나는 너를, 너는 나를 가지는거야.

 이사님….

 - 그래야 네가 나를 못 잊고 내가 있는 곳까지 오지 않겠어?



 나른한 웃음을 흘린 비고의 손이 조심스레 허리춤에 올라왔다. 다시 만나기 위한 이별 선물을 받도록 하지. 스커트 밑단을 쥔 손에 여주의 숨이 틀어막힌다.





 - 네 멋대로 나를 가져봐.







 그림자 : 사무관 유여주X검사 세바스찬 스탠



 스탠은 무척이나 조용하고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별하늘을 빼다 박은 듯한 눈으로 사람을 마주보고 있으면 상대는 마치 자신이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기분에 빠져 홀리듯 그에게 빠져들었는데, 여주만큼은 철저히 예외였다. 좋은 눈을 가진 남자는 언젠가 내 마음에 상처를 주지. 여주의 신봉하는 자신만의 신념은 놀랄만치 확고했다.





 - 표정 좀 풀어요.

 아직 퇴근 안 하셨네요?

 - 검사가 퇴근이 있는 직업이었나요?



 고아한 웃음이었지만 여주의 얼굴에는 여전히 표정변화가 없다. 살짝 민망해진 스탠이 웃음을 거두고 무언가 찾는 사람처럼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뭐 찾으시는 거라도?

 - 사람.

 여기 근처엔 아무도 없을 거에요. 제가 찾….

 - 없길 바라니까 있는지 찾는거야.



 대뜸 튀어나온 반말에 여주가 놀란 얼굴을 했다. 1년간 얼굴을 맞대며 단 한번도 말을 놓은 적 없는 사람이 반말이라니, 여주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자 스탠이 버티칼을 내렸다.





 -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줄까?

 ……….

 - 으레 사람들은 판사나 검사, 변호사같은 직업이면 다 공명정대하고 정의로운 줄 아는데 말이야. 사실 그 사람들도, 이 안에 욕망 하나쯤은 있는 거거든.

 ……….

 - 이를테면 누군가를 정복하고 싶다는 욕망이라던가.



 별안간 여주를 벽면으로 밀친 스탠이 흥분을 참지 못하는 사람처럼 웃었다. 검사님, 갑자기 왜이러세요. 당황한 여주의 입술을 가로막은 스탠이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 당신이 내 욕망의 집합체야.



 멀뚱히 멈춰있는 여주의 손을 끌어 올려 제 넥타이 위에 올려놓은 스탠이 꿈틀거리는 숨을 뱉으며 말했다.





 - 그러니까 풀어서 내가 엉망진창으로 망가지는걸 봐줘.




 


 작년 봄에 썼던 거네 *ㅅ*





300x250

      즐겁게 읽으셨다면 상단의 하트 버튼을 눌러주세요. 댓글은 창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

BELATED ARTICLES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