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를 괴롭히는 동급생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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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를 괴롭히는 동급생 고르기
동급생 소년 A 우지호
첫 인상은 ‘험상궂다’ 였다. 실상, 우지호는 외모만큼이나 까칠하고 무서운 구석이 있었다. 걸핏하면 내 어깨를 쿡쿡 찔러놓고 모른 척 얄미운 표정을 지을 때면 날카로운 외모에 깨갱, 움츠러들다가도 짜증이 솟구친다.
찌르지 말라고 했지! 멍들겠어, 너 때문에!
- 멍? 니 피부가 그렇게 약해?
그래!
잔뜩 미간을 좁히고 노려보자, 별안간 우지호가 피식 웃는다.
- 그런다고 안 무서운데.
무서우라고 보는 게 아니라 짜증난다는 거거든!
- 귀엽냐.
오늘은 다소 귀찮게 구는 강도가 강하다. 평소때에는 슬슬 열을 올리면 마지못해 깝죽거리는 얼굴로 미안, 미안, 사과하던 녀석이 작정을 했는지 다짜고짜 칭찬세례다.
그만 좀 괴롭혀.
- 그만 좀 괴롭혀.
하지말라고.
- 하지말라고.
말 따라하지 말라고!
- 말 따라하지 말라고!
일곱살배기도 안 할 장난을 치면서 뭐가 그렇게 좋은지 낄낄 웃으면서 저 혼자 난리다.
아, 너 진짜 싫어.
- ……….
왜 이번엔 안 따라해? 짜증내니까 못 하겠나보지?
- 어떻게 따라해.
……….
- 난 너 좋은데, 어떻게 싫다고 해.
- 안되냐, 좋아하면?
동급생 소년 B 박보검
입학식 대표로 처음 만나게된 보검은 흔히 말해 모두가 좋아하는 착하고 친절한 모범생이었다. 명성을 따라 반장을 맞게된 보검은 유독 내게 쌀쌀했다. 과제 전달을 잘 못 전달하는 것부터 시작해 조별구성을 제 멋대로 하는 일은 흔한 수준이었다.
보검아. 저번에 알려준 기벡 숙제, 프린트 잘 못 나눠 준 것 같은데….
- 그래서?
선생님께 여쭤보니까 니가 가져간게 전부라고 너한테 받으라고 하셔서.
- 기다려.
친절하지만 가시가 있는 애다. 기다리겠다는 친구들을 모두 보내놓고 나도 모르게 안절부절, 교무실에 들렀다 온다는 보검이 손에 프린트 뭉치를 들고 돌아왔다.
- 가져가.
고마워.
아무 말없이 뒤를 돌아 나갈 채비를 하려던 보검이 무심한 목소리로 툭 내뱉는다.
- 아, 너. 문학 조별구성 바꿨어. 우리조니까 내일 끝나고 남아. 같이 도서관 가게.
또?
- 왜, 불만 있어?
가늘게 늘어진 눈꼬리가 마치 비웃는 모양같아 보였다. 한 두번도 아니고 꼭 제 멋대로 자신의 조로 구겨넣고선, 불만 있어? 라니. 그 동안 실수겠거니, 하고 이해하며 넘어가준 것도 최소한의 선이 있는 법이지 않나.
너야 말로 불만있어? 왜 매번 숙제 잘 못 주고, 마음대로 조 바꾸는 건데?
- 핑계가 필요하니까.
핑계? 무슨 핑계?
그동안 참아왔던 설움에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린다. 괴롭힐 구실을 찾는 거 아니고? 울음 섞인 목소리에 보검이 입술을 깨물었다.
- 내가 따로 연락하면… 니가 부담스러워 할 거 아니까.
……….
- 너랑 전화하고 싶어. 하루종일 별 볼일 없는 이야기도 하고 싶어.
……….
- 넌 아니잖아. 나 처럼 유치한 짓 해가면서 나랑 연락하고 싶은 마음 없잖아.
시선을 피하던 눈이 슬그머니 치켜 올라간다. 유치한 짓 안 할게. 내 마음대로 안 할게. 망설이던 입술이 무언가 결심한 듯 조심히 움직였다.
- 대신 내 마음가는대로 너 좋아하는 건 하게 해주라. 유치하게 안 좋아할게.
동급생 소년 C 유아인
유아인은 애꿎은 예체능 전공 학생들에게 누명을 씌운 놈이다. 예체능을 전공하는 애들은 모두 저 애처럼 성격이 모난 것이 분명할 거라는 나쁜 고정관념. 차갑게 생긴 외모만큼이나 까칠한 유아인은 혼자 겉도는 내 옆에 붙어 나를 괴롭히는 것을 좋아했다.
- 야. 홍여주.
응?
- 뭘 봐.
……….
- 뭘 보냐고. 왜 쳐다봐.
퍽하면 시비를 걸면서 귀찮게 구는데, 달리 친구도 없는 내게는 곤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안. 눈을 내리깔며 시선을 피하는데, 유아인이 팔뚝을 찌르며 이름을 불러댄다.
왜…. 안 쳐다보잖아….
- 보지 말란다고 진짜 안 보냐?
……….
- 나 봐.
……….
- 나 쳐다봐, 여주야.
흙밭을 구르는 똥개의 기분이 이랬을까. 마지못해 흘끔 쳐다보니 킥, 소리를 내며 웃는다.
- 넌 내가 하란다고 다 하냐?
그야… 난 니가 좀 무서워서 그래.
누가 들으면 겁쟁이라고 비웃을 대꾸였지만, 실로 나는 유아인이 유일한 공포의 대상이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한참이나 나를 쳐다보던 유아인이 말을 꺼냈다.
- 앞으로 안 괴롭힐테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 따라서 말해 봐.
응.
- 아해.
…아해.
- 좋아해.
좋…아해.
입꼬리에 걸친 미묘한 미소가 괜히 불안하다.
- 좋아해 아인아.
좋아…해…아…인아.
슬금슬금, 흘러나온 웃음이 가까이에 다가온다. 어느새 내 코 앞에 제 얼굴을 대고 쳐다보는 아인이 다소 흐뭇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 사귈까, 그럼?
동급생 소년 D 서강준
소꿉친구라는 말은 거창하다. 남들은 소꿉친구라하면 서로 의지하며 자라왔다고 착각하지만, 서강준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야! 서강준! 니가 내 바나나우유 먹었지!
- 먹으라고 올려둔 거 아냐?
나 먹으려고 한 거라고!
- 그럼 올려두질 말던가. 왜 내 눈에 띄어서 먹게 만들어. 니 잘 못이다, 니 잘 못.
서강준이 잘생겼다고 좋아하는 애들은 필시 시력검사가 요구되는 바다. 껍데기야 그럴 싸해보일지 몰라도, 속은 거무튀튀한게 악마가 따로없는 놈이다.
- 삐쳤냐?
넌 삐친 거랑 화난 거 구분 못해?
- 어… 구분 할 줄 아는데, 지금 먹을 거 빼앗겼다고 삐친 표정이야.
양 볼을 쥐어잡고 주욱 늘어뜨리는 서강준이 픽 웃었다.
- 웃어.
아 시러어!
- 넌 못 생겨서 맨날 웃어야 돼.
결국 또 발길질을 해야 했다. 걷어차인 정강이를 부여잡고 깽깽, 작게 욕지기를 내뱉는 서강준이 손가락질을 해댄다. 넌 무슨 애가 그렇게 폭력주의냐? 그러니까 못생겼지. 무시하고 가려던 다리가 마지막 말에 우뚝 멈춰섰다.
너, 나 괴롭히려고 태어났지? 나 화나게 하려고.
- 응. 나 너 괴롭히려고 태어났어.
그럴 줄 알았어.
- 근데 화나게 하려고 태어난 건 아냐.
- 너 좋아해주려고 태어났어, 나.
이거 썼을 때 댓글이 100개 넘었었고..
지금은 지워서 하나도 못 보지만 ^ㅅ^...
보검이 유정같다는 말이 있었던 걸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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