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를 구속하는 나쁜 아저씨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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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를 구속하는 나쁜 아저씨 고르기
Russia Mafia - Viggo mortensen
노보시비르스크 발레단의 귓퉁이만 차지하던 내게 처음으로 공연할 기회가 주어졌다. 모스크바에서 열린 대규모 공연, 스메타나의 '팔려간 신부' 를 연기하던 나를 고요한 시선으로 훑어보던 그는 연극이 끝나고 귀가하려는 내 품에 흑장미를 안겼다.
- 아름다운 아가씨, 흑장미의 꽃말을 알고있소?
잘 모르겠는데요.
- 당신은 영원히 내 것이라는 뜻이오.
……….
- 나의 지젤, 날 위해 발끝을 들어요.
*
- 고양아, 이건 날 위한 이벤트니? 귀엽구나.
내보내줘요.
엉망이 된 서재를 둘러보는 그는 애지중지하던 고서들이 찢어진 것을 한참이나 내려다 보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찢어진 채찍을 집어든 그가 느릿하게 몸을 돌려세운다.
- 고양이는 수염이 없으면 방향감각을 잃는 바보가 된다던데.
내 발이라도 자를 셈이에요?
- 네 귀여운 발 또한 내것인데 어떻게 자르겠니.
……….
내 눈높이에 맞춰 허리를 굽힌 그가 채찍을 들어 세워 볼언저리를 만졌다.
- 망가뜨리는 건 못해.
……….
- 다만 방향을 잃지 않도록 혼은 내야지.
……….
가슴 위를 위태롭게 붙잡고 있는 셔츠자락을 움켜쥔 손, 붉으스름하게 솟아오른 핏줄이 유독 도드라지게 보였다. 코 앞으로 다가온 그의 얼굴이 위험한 미소를 흘린다.
- 오늘도 밤새도록 혼나야겠구나.
사채업자 - 하정우
빚더미에 앉은 집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었다. 내 손을 붙들고 미안함에 눈물만 흘리는 엄마의 손을 어렵게 뿌리치고 오게 된 사채업자의 사무실에서 마주한 남자의 인상은 강건한 위험을 드러내고 있었다.
- 야, 저거 아비가 쌓은 빚 청산해줘라.
예? 2억이 넘는데요?
- 돈보다 더 한 게 왔잖아. 청산해.
……….
- 들었지? 아가씨야. 니 집 빚까주는 대신 내가 너 갖는거야. 이해돼?
오케이 사인을 보내는 남자의 눈빛은 감히 마주대기 힘든 어두움이 깔려있었다.
*
- 작달만한게 마스크만 되는 줄 알았더니 몸매도 봐줄만 하네.
다른 것도… 입을까요?
- 계속 해. 계속.
남자의 집에 감금되듯 갇힌 나는 남자가 요구하는 것들을 했다. 남자는 대부분 퇴근하고 돌아오면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와 내 앞에 던져놓고 입어보라 말했다.
- 근데, 너 매번 이런 옷은 빼놓고 입더라.
이런 옷을 어떻게 입어요….
- 반항이야, 앙탈이야 그건.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가 쇼핑백을 집어들고 신경질 적으로 옷을 꺼냈다. 쳐다보기 민망할 정도로 짧은 원피스가 눈 앞에 드러난다. 별안간 내 손목을 끌어당긴 남자가 말했다.
- 앙탈이다. 그치.
……….
남자의 손이 내 허리춤으로 올라간다. 느물거리는 손가락이 노골적으로 허리를 쓰다듬었다.
- 그럼 기꺼이 벗겨서 입혀드려야지.
London Gangster - Tom Hardy
런던 골목가에 자리잡은 꽃집은 나의 주거지였다. 주 고객층의 대부분이 여자인 내 가게에, 온통 검은잿빛을 연상케하는 남자가 손님으로 오게 되었다.
연인에게 선물하실건가요?
- ……….
어떤 용도로 찾으시는지…?
- 이런! 꽃보다 더 꺾고 싶은게 있군.
일부러 눈을 과장되게 뜨는 그는, 런던에 자리잡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레전드 갱스터, 톰 하디였다.
*
- 나의 백합, 오늘은 또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우는 얼굴일까.
이 미친새끼야. 이거 풀어.
- 하하하.
개자식!
- 그래, 나도 얌전빼는 것보다 발악하는 여자가 더 좋아.
톰은 내 욕설이 더욱 거칠어질때면 흥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귀를 올려세웠다. 쇼파에 삐뚜룸히 기대앉은 그가 별안간 고개를 치켜올렸다.
- 여주, 널 처음 봤을 때 새하얀 백합과 꼭 닮아있어서 내가 과연 저걸 더럽힐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망설였거든.
……….
- 하지만 내 손을 타지 않으면 언젠가 남의 손에 더럽혀지겠지.
푸른심연이 머리부터 발 끝까지 훑고 내려와 빠른 속도로 되돌아갔다. 아무렇게나 시가를 비벼끈 톰이 허리를 일으켜세워 내 앞에 다가온다.
- 어디부터 망쳐줄까.
검사 - 박성웅
버림받은 고아로 나고자란 나의 유일한 특기는 도둑질이었다. 그날 손을 댄 지갑은 평범한 남자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대담한 지갑이었다. 언제 따라왔는지 불쑥 내 앞에 나타난 남자는 벽에 기대어 서서 희미하게 웃었다.
- 아이 나참, 살다살다 검사 지갑 도둑질하는 여자를 다 보네.
주, 줏은 거에요.
- 어디서? 내 엉덩이에서?
……….
- 거짓말하면 뒤지는거 알지, 소매치기 기지배야.
급히 피해나가려는 내 어깨를 움켜쥔 남자가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
- 내가 일도 내팽개치고 여러개 생각해봤거든?
뭘요.
- 어떻게하면 이 소매치기한테 벌을 줄까.
도둑질의 죄를 추궁한다는 이유에서 남자의 집에 끌리듯 잡혀온 나는 철두철미한 감시 속에서 갇힌 채로 매일 남자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벌을 준다며 으름장을 놓는 남자는 피식 웃었다.
- 이걸 훔칠까.
남자의 손이 내 입술 위에 머물렀다.
- 근데 명색이 검사가 똑같이 도둑질하는 건 안되잖아?
…지금 나 가둬놓는 것도 범죄에요.
- 아니지. 범죄를 막는거야. 니가 또 남의 엉덩이에서 지갑 주으면서 돌아다닐지 어떻게 알아?
……….
- 맹랑한 기지배네. 내가 무슨 벌을 줄 줄 알고 이렇게 당당하게 나가?
손등으로 내 볼을 툭툭 건드리는 남자는 자신의 다리 위에 나를 앉히고 어깨에 팔을 둘렀다. 내가 정중하게 벌 드릴려고 했거든? 근데 안되겠네, 아무래도. 웃음기가 가신 얼굴이 바로 옆에 다가왔다.
- 벗어. 찢기 전에.
Doctor - Mad's Mikkelsen
정신과전문의로 유명한 매즈의 은퇴선언 이후 각종 의학잡지에서는 그를 취재하려 여러번 접촉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밑져야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취재요청을 보낸 나는 매즈의 수락을 얻어냈다.
수락해주실 줄은 몰랐어요. 감사합니다.
- 일종의 직업병입니다.
네?
- 연구할 대상이 있으면, 연구해야하는… 흥미로운 직업병이죠.
*
- 여주씨는 잠이 많은가 보군요. 매번 집에만 들리면 잠에 들다니.
그런건 아닌데… 선생님 집에만 오면 그래요. 편해서 그런가봐요.
- 잊지 말아요. 나도 남자거든요.
매즈의 은퇴 이후 그와 인연이 닿아 친밀한 사이로 발전하게 된 나는 종종 그의 집에 들렀는데 이상하게도 늘 그의 집에만 가면 잠이 쏟아졌다. 눈을 뜨면 늘 매즈의 침대였고, 잠에 들게 된 기억은 전혀 없었다.
근데 이 방은 웬일로 열려있어요? 궁금하네. 구경해도 돼요?
- 그러지 않는게 좋을텐데.
……….
- 문 하나만 열리진 않을 거에요. 다른 곳도 같이 열릴테니까.
의미모를 소리를 하던 매즈의 시선은 내 입술에 머물렀다. 아직 이르지만, 구경해도 좋아요. 다시 돌아온 살가운 목소리에 살짝 방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바닥에 주저 앉았다. 내가 써낸 기사, 내 사진, 그 아래 자리잡은 수어개의 주사기.
- 호기심은 사람을 망치는 주 원인이지.
내가 집에올 때 마다 잠에 든 것도…!
- 그건 걱정말아요. 잠든 여자 범하는 파렴치한은 아니니까.
……….
- 무엇보다 이 예쁜 목소리로 지르는 교성을 못 듣는게 아쉽잖아?
문을 닫은 그가 입가에 미소를 띄워올렸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한 쪽은 열려야겠죠. 천천히 다가온 매즈가 내 볼을 감싸쥐었다.
- 오늘 당신이 연건 지옥의 포문이야. 실컷 반항해봐. 소리도 못 지를 때 까지 삼켜줄테니까.
킬러 - 조진웅
남자를 처음 본 곳은 폐공장이었다. 계약문제로 다투게된 사업 파트너의 부탁으로 나를 암살하러 왔다던 남자는 두발의 총알로 내 몸에 상처를 입힌 후에야 겨우 말문을 뗐다.
- 앞으로 걸어다니기 힘들거야.
왜… 안 죽이는….
- 죽었어. 적어도 세상 사람들은 널 그렇게 기억할거다.
……….
- 그래서 다리도 엉망으로 만들어 줬잖니. 걸어다닐 수 없도록. 자, 살아있는 김단을 유일하게 기억해줄 내 품으로 와. 이젠 내가 너의 유일한 안식처다.
*
- 어젠 용케 길을 잘 찾아갔더구나.
당신 미쳤어.
- 사람을 죽이는데 맨정신으로는 못하지.
어둔 산 속으로 나를 끌고 온 남자는 마치 사육을 방불케할정도로 나를 길들이려 했다. 어떻게해서든 벗어나려 온 산 속을 뒤지는 나는 매번 남자의 손에 붙들려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애초에 날 죽이라는 부탁을 받았었잖아!
- 넌 죽은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어.
그러니까 차라리 죽이라고! 제발!
- 또 험한 소리를 하는구나.
안쓰러움을 가득 싣은 눈으로 내 머리칼을 만지는 남자가 뒷머리를 잡아 당겼다.
- 망가진 다리로도 도망을 치는데, 이번엔 눈이라도 안 보여야 도망칠 생각을 안할거냐.
죽여! 그냥 죽여!
- 그렇게는 못 해. 아가. 안식처에서 도망쳐 도달한 곳에는 오로지 지옥 뿐이란다.
내 이마에 입을 맞추는 남자는 강하고 부드럽게 나를 안았다. 내가 널 못 죽여서 살려두는 것 같니? 낮은 목소리가 귓가를 타고 흘러든다.
- 죽은 것처럼 살게 해주마.
……….
- 널 살린 거. 내 오점이고, 실패야.
그러니까….
- 그러니 죽지마. 영원히, 내 오점으로 남아서 날 위해 살아줘.
얼굴을 끌어안는 남자가 등을 토닥거렸다. 인간의 오점이자 약점은 사랑이란다. 눈을 맞춰오는 남자가 어설프게 웃는다.
- 이젠 내가 너의 오점이 되어주마. 나를 사랑해주렴.
이것도 2년전 글인가..
이스턴 프라미스를 보고 쓴거라 그런지
비고 모텐슨은 지금 봐도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ㅋㅅ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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