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만 찾아오는 밤의 남자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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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전해내려오는 노랫말이 있는데, 그 시작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단다.
그저 어렸을 적부터 사춘기가 시작되면 자장가처럼 부르면서 잠에 빠져드는게야.
오늘도 노래를 부르면서 잠에 들려무나. 혹여 인큐버스에 잡혀가거든 네 심장을 찌르렴.
꿈에서 깨라.
꿈에서 깨라.
늦었구나, 어서 노래를 부르자꾸나.
인큐버스를 보면 꼭 꿈에서 깨어나라.
네가 잡히면 인큐버스는 너를 놓아주지 않을게야.
좋은 꿈 꾸렴. 우리 아가. 할미는 언제나 너를 사랑한단다.
01 빌 스카스가드
사실 할머니가 노래를 부르고 계실 때 나는 줄곧 다른 생각을 했다. 인큐버스는 무슨 인큐버스야, 세상에 악마니 천사니 하는게 어디있다고? 나는 눈으로 보지 않으면 결코 믿지 않는 타입이었다. 내 머리칼을 쓰다듬고 나가시는 할머니께 안부인사를 전하고 눈을 감았다.
- 일어나.
- 안녕, 아가야.
뭐, 뭐야, 도둑이라도 든건가? 호신용 테이저건을 찾는 나를 농밀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남자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뚜벅, 뚜벅, 구둣발 소리를 내며 내 앞에 다가선 남자는 나를 끌어 당겨 안았다.
- 믿겨져?
비켜요!
- 이제 믿을 수 있나?
무슨 소리에요!
- 인큐버스가 너를 잡으러 왔구나.
인큐버스의 목소리에 놀라 몸이 들썩 거렸다. 나를 안고있던 인큐버스의 손이 등을 타고 내려온다. 도망칠 새도 없이 약간의 힘을 주고 나를 들어올린 인큐버스는 내 목덜미에 파묻혀있던 고개를 들어 내 입에 대고 깊은 키스를 했다. 인큐버스의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다리가 휘청거렸다.
- 인큐버스를 쫒는 방법 중에 하나는 상대방의 정신력도 제 몫을 하는데.
……….
- 내 생각에 너는 안될 것 같구나.
커다란 손이 허리를 쓰다듬는다.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깊게 패여간다. 인큐버스는 조금 벌어진 입술 사이로 숨을 내쉬면서 목덜미를 자극하고 있었다.
- 아가야.
……….
- 절정에 다다를 땐 소리를 내야지.
섬세하게 내 얼굴을 어루만지는 인큐버스의 손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찔했다. 아냐, 아까 분명히 정신력으로도 쫒을 수 있다고 직접 말했다. 여기서 잡혔다간 영영 현실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가까스로 인큐버스를 밀쳐내고 책상 서랍을 향해 뛰어갔다.
어?
- 찾는게 없나 보네.
인큐버스는 손에는 내가 찾던 테이저건이 들려있었다.
- 애들 놀음이야.
손에 조금 힘을 주자 테이저건이 파사삭 소리를 내며 바닥을 향해 추락했다. 겁에 질린 나를 부드럽게 안아준 인큐버스는 침대 위에 나를 눕혔다.
- 인큐버스는 태양이 뜨면 사라지니까.
- 태양이 뜰 때 까지 가볼까?
내 머리부터 시작해 이마, 콧등, 입술, … 발끝까지 입을 맞춘 인큐버스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 미치겠네, 그 표정.
인큐버스의 놀리는 듯한 어투에 황급히 인상을 찌푸렸다. 이깟 악마따위한테 질 수는 없어…. 소름끼치게 황홀한 감각을 선사해준다해도….
- 하지말까?
질문과는 달리 내 볼을 쓰다듬는 인큐버스는 짐짓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내가 아무런 대답없이 입만 다물고 있자, 인큐버스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섰다. 기이하게도 떠나는 인큐버스의 발걸음을 붙잡고 싶어졌다.
…가지마세요…
- 가지않으면 어떻게 해줄래.
워, 원하는대로….
인큐버스는 만족한 듯 다시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 시작해?
02 매즈 미켈슨
인큐버스, 인큐버스… 할머니를 따라 불렀던 자장가를 두어번 읖조리듯 부른 후에 서서히 잠에 들었다. 사실 인큐버스니, 몽마니 하는 것들은 지금 내 나이에 유치한 악마 이야기지만 이 노래를 부르는 날에는 수마에 목이 졸리는 것 처럼 금세 꿈 속으로 빠져 들었다. 부르다보니 꽤 으스스하면서 재미있기도 하고 말이야.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곳에서 계속해서 노래를 불러댔다.
- 분명 문을 잠그고 라는 가사를 들었던 것 같은데.
왼쪽 눈에 특이한 상처를 한 남자가 내 침대 앞 쇼파에 앉아 흥미로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누구세요…?
- 밤에만 찾아오는 밤 손님.
설마… 인큐버스….
- 그렇지, 인큐버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창에 손을 가져가 높이 쳐들었다. 인큐버스에게 잡히면 돌아올 수 없다! 창이 박힌 곳은 내 심장이 아닌 남자의 손등이었다.
- 이런 걸 갖고 놀면 쓰나.
피… 피!
- 뭐, 내 피 맛도 그럭저럭 좋아.
얼굴까지 튀어오른 핏방울을 대충 닦아낸 인큐버스는 피가 묻은 손으로 내 입술을 어루만졌다. 비릿하고 뜨거운 피가 입술 사이로 스며 들었다. 인큐버스는 피가 묻은 입술로 내 입을 부드럽게 포갰다.
- 인큐버스, 올라타다, 위에서 자다.
………?
- 다음 꿈에서는.
희뿌연 안개가 휘몰아 치며 인큐버스가 사라졌고, 온 몸이 흥건하게 젖은 채로 눈을 떴다. 피가 묻은 창은 내 다리 맡에 있었고, 입술은 온통 피 범벅이었다.
[ 인큐버스가 온다! 너를 잡아 죽이러… ]
- 오랜만이네.
잠에 들지 않으려해도 찾아오는 수면의 고통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양 손에 칼을 쥐고 자는 것으로 스스로와 합의를 보고, 비몽사몽결에 노래까지 다 부르고 잠에 들었는데 지난번의 인큐버스가 다시 찾아왔다.
꾸, 꿈에서 깨야…
- 이게 꿈일까? 아가야.
인큐버스는 한번의 손짓으로 내 손에 들린 칼을 재로 만들었다. 연기처럼 다가와 내 곁에 앉은 인큐버스는 내 볼을 쓰다듬다가, 이내 열이 가득한 손으로 귓가를 쓸었고 자연스레 쇄골까지 다다라 검지 손가락으로 뼈를 따라 움직였다.
- 아가야, 인큐버스라는 몽마는 말이다.
- 유혹할 상대를 정하면 그 상대가 죽거나, 자신이 질릴 때 까지 상대방을 물고 늘어진단다.
인큐버스의 길다란 손가락이 가슴 언저리에 닿았다. 발끝부터 전해져오는 기이한 감각에 시트를 꾹 집었다.
- 효력있는 수단이 있다면 나를 쫒아낼 수도 있지.
……….
- 내게서 도망가보렴.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방을 뛰쳐나가는 나를 흥미롭게 보고있는 인큐버스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사실 창이나 칼이 아니고서는 인큐버스를 쫒아낼 방법 따위는 없다. 어떻게해서든 날카로운 창, 칼 따위를 찾아 내 심장에 꽂아 이 기묘한 꿈에서 깨어나는 수 밖에. 계단을 뛰어 내려가 저택을 헤매이다 1층 침실로 향했다. 아버지의 군용 나이프라면…! 나이프를 품에 들고 손을 높게 쳐들자 마자, 발소리가 웅웅 울렸다.
- 위험한 물건.
꿈에서 깨어날 거에요…!
- 그래. 깨어나 봐. 언제고 너를 찾아줄테니까.
뒷걸음을 치는 내게 조금씩 걸어오는 인큐버스는 내가 침대까지 다다라 무너지듯 주저앉자 마자 아까와 같은 방식으로 나이프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덜덜 떨고 있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던 인큐버스는 오른손으로 내 턱을 들어올리고는 엄지 손가락으로 내 귀를 꾹꾹 눌렀다.
- 자, 나를 따라서 말하는 게다.
……….
- 더 해주세요.
…꺼, 꺼져요…!
- 틀렸다, 아가야.
배를 지분하게 누르던 손가락이 골반께에 닿자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넥타이를 신경질 적으로 벗어 던지는 인큐버스는 셔츠 단추를 풀었다.
- 마지막 기회인데, 그래도 싫으면 실컷 취해놓게 해놓고 그만 가마.
……….
- 물론 네 입으로 애원한다면 오늘 꿈이 황홀한 악몽으로 남겠지.
…해…해주세요.
- 안 들리는데. 뭐라고 했니, 아가?
더 해주세요….
- 옳지, 그래야 착한 아이야.
- 꿈에서의 죽음은 현실보다 달콤한 법이지.
03 데인드한
할머니, 인큐버스를 보신 적 있으세요? 잠들 기 전 졸음이 잔뜩 묻은 눈으로 묻는 내게 할머니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본적 있지.
인큐버스는 어떻던가요? 하퍼 말로는 그들은 아주 끔찍하다고 했어요.
물론, 그들은 끔찍히…. 치명적이란다.
치명적이라는게 무슨 뜻인가요? 인간을 가지고 노는건가요?
늦었구나, 아가야. 자기 전에 노래를 한번 더 부르렴.
전등을 꺼주며 일어서는 할머니는 바람소리 하나 없이 방문을 꼭 닫았다. 인큐버스는 어떻게 생겼을까? 인큐버스를 봤다고 주장하는 여자들의 증언은 각각 달랐다. 누군가의 꿈에서는 동경하던 남자의 모습을 했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악마의 모습이었다고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이한건 꿈에서 인큐버스를 본 여자들은 모두 몽마를 그리워한다는 것. 할머니가 들으면 경을 치실 일이지만, 사실 나도 인큐버스가 어떤지 궁금했다.
에이, 찾아오면 좋은거고.
- 안녕, 꼬마야.
낮은 저음의 남자 목소리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새파란 눈을 한 남자가 내 머리 맡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누구세요?
- 네가 부르길래.
불러요…?
- 이름은 인큐버스.
아…!
- 너를 잡아먹는 꿈 속의 악마.
호기심이 화를 부른다더니! 베개 밑에 숨겨 둔 칼을 찾으려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별안간 인큐버스가 내 두 손을 낚아챈다. 내 팔목을 쥐고있는 인큐버스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내 팔목을 쓰다듬었다.
- 먹을까, 말까.
사, 살려주세요!
- 잡는 쪽이 더 재밌긴 하지.
꺄악!
- 꺄악!
내 비명소리를 흉내내며 웃는 인큐버스는 아예 내 옆에 앉았다. 딱, 딱 두번의 손짓에 내 손목은 무언가에 묶인 듯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거동이 불편해졌다.
- 묶는건 별로 내 취향은 아니지만.
- 꼬마를 기겁하게 하는데는 좋지.
볼 가에 닿은 손가락이 입술 위에 닿자마자,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인큐버스의 손가락이 입술을 파고 들었다. 인큐버스의 손가락은 목울대를 간지럽히는 시원한 맛이 났고, 무엇보다 석양처럼 뜨거웠다.
- 귀엽네.
느낌에 취한건 인큐버스인데, 어쩐지 인큐버스의 외모와 목소리에 압도당한 쪽은 나다.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쿵쾅거렸다.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웃는 인큐버스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인큐버스의 머리가 내 심장 위에 자리잡자, 나는 오랫동안 달린 사람처럼 가쁜 숨소리를 냈다.
- 하….
턱 끝 부터 내려오는 부드러운 입술의 느낌. 양 손에 가득 들어간 힘에 주먹이 쥐어졌다. 인큐버스에게 잡히면 죽는다고 했는데….
살려주세요…. 아직 죽고 싶지 않아요….
- 그런 의미로 죽는다는 게 아니야.
………?
- 죽음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지.
- 알고 싶어?
…네…….
- 다음 꿈에서 가르쳐 줄까.
시야에 잡히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일어선 인큐버스는 목을 움직인다. 나는 벗어나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일어나 인큐버스의 손을 움켜쥐었다.
가, 가지마세요.
- 나는 내 생각대로 일이 굴러가는게 너무 좋더라.
알려준다고 하셨잖아요….
- 응, 하나씩, 하나씩.
인큐버스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내 볼을 아프지 않게 툭툭 쳤다.
- 급할 수록 더 애타게.
- 다음 꿈에도 나를 부른다면 기꺼이 오도록 하지.
난 너의 밤의 남자,
오늘 밤에 찾아갈게.
2년전 글이 또2.
과거의 나 되게 프로 연성러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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