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인 여주와 악당인 조커 : 조각글

2017. 2. 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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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인 여주와 악당인 조커 : 조각글


 


 

 


 $.



 돈은 만족할만큼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주의 말에 조커의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그만큼 그의 친절은 ‘친절’ 로 받아들이기에 어딘가 석연치않은 구석이 있는 까닭에, 여주는 공연히 눈썹까지 찌푸리며 목소리를 낮게 깐다.





 - 이런, 여왕님. 남자의 친절을 그런 식으로 매도하면 곤란해.

 그쪽이 이유없이 친절하면 불안하거든.

 - 친절에 이유같은건 필요없는거야.



 까득까득 소리를 내며 아이처럼 웃은 조커가 눈꼬리를 길게 늘어뜨렸다.





 - 나도 이유없이 친절을 베풀고 싶을만큼 널 예뻐해주고 싶은 순간이 있거든.










 $.



 - 이쪽, 좀 더 이쪽으로. 고개를 들어올렸으면 좋겠는데.



 그 어떤 기세등등한 개차반도 여왕의 앞에서는 벙어리 신세였으나, 조커만큼은 열외였다. 밤하늘처럼 검고 짙은 드레스를 입은 여주에게 포즈를 요구하는 조커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얻다대고 명령이야.



 들은 체도 않던 조커가 아랑곳 않는 얼굴로 핸드폰을 요리조리 돌려보다가 섭섭한 말투로 툭 내뱉었다.





 - 예뻐서 간직하고 싶다는데 왜 화를 내.










 $.



 추운 날씨보다는 언제나 TPO 가 우선이었다. 어깨와 팔이 다 드러난 드레스 차림으로 오들오들 떨고있는 여주는 조커를 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추워.

 - 나도.



 곧장 동의를 표하는 조커가 고개까지 주억거렸다. 번들거리는 가죽재킷을 여미는 그가 발걸음을 빨리한다. 빌어쳐먹을 악당새끼. 어깨를 안쪽으로 둥글게 말아안은 여주가 조커의 뒷모습을 따라 걷고있는 순간이었다. 길게 한숨을 내뱉은 조커가 뒤를 돌아 걸어왔다.





 - 안 벗어 줄수가 없네.










 $.



 자선기금 행사의 꽃은 파티다. 사업가들의 곁에 선 여주는 내내 웃음이 만개한 상태였다. 여왕의 기사라는 명목 아래, 강인한 캣우먼을 연상케하는 여자들 틈에 섞여 간드러지는 목소리와 오감을 자극하는 육감적인 살내음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음에도 조커의 시선은 오로지 한곳에 머물러 있었다.





 여왕은 오로지 날 위해 아름다워야하는데 말이야. 광기와 살의로 번뜩이는 눈은 실로 오래간만이었다.










 $. 



 제 가슴 위에 손바닥을 덮어 놓은 여주가 한숨을 쉬며 약간 인상을 찡그렸다. 예고정도는 하고 올 수 있잖아? 립스틱이 약간 위쪽으로 번진 것을 보아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다. 그런 짜증섞인 말투에도 여주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조커가 무심하게 말했다.





 - 당신도 내게 예고하고 아름답진 않잖아.









 $. 



 국정에 무료함이 찾아올 때면 종종 스포츠를 즐겨보곤 했다. 불쑥불쑥 나타나 경기를 시청하는 여주를 멀뚱히 쳐다보던 조커가 잠시를 자리를 비웠다 배트를 들고 돌아왔다.



 - 운동은 내가 더 잘해.





 - 그러니까 나를 봐줘, 여왕.










 $.



 오랜 벗과 마주앉아 티타임을 즐기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여주가 대뜸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얼굴에 분칠이나 하고 다니는 남자는 딱 질색이라고. 멀리서 여주를 지켜보던 조커의 눈이 멈칫했다.





 그는 꽤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



 요 며칠 새 말 한마디 안 붙이고 있는 걸 보아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제 식구라고 기분이나 풀어줄까, 싶어 미슐랭 가이드를 열심히 뒤적거리며 레스토랑에 직접 예약까지 걸어놓은 여주가 퉁명스레 한마디 했다.



 요즘 왜 벙어리 행세야? 할 말이 있으면 해.

 - ……….



 저게. 감히 여왕의 말에 대꾸도 없이 고개를 돌려? 보일 듯 말 듯, 입술을 꾹 치켜올린 조커의 등을 바라보는 여주가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놀리듯한 목소리를 낸다.



 식사대접이나 하려고 했는데. 거절하는 걸로 알게.





 - 내가 밥을 안 먹었다고 얘길 했던가?



 곧장 돌아선 조커는 손가락까지 흔들어대고 있었다.










 $.



 여왕의 목숨을 노리는 자는 수도 없이 많다. 레스토랑을 들어선 순간, 아는 체를 하며 악수를 건네는 남자의 앞을 가로막은 조커가 빠르게 남자의 재킷을 훑어내렸다.





 - 여왕에게 인사를 드리기에 너무 위험한 물건인걸?



 당황한 남자가 재킷을 쓸어내리며 당황한 얼굴을 했다. 위해가 될 행동은 하지 않을 걸세. 땀이 배어 난 손바닥을 닦으려 바짓춤에 손을 갖다댄 남자가 총에 맞은 것은 순식간이었다.



 조커!

 - 이 작자가 널 해하려고 했다고, 여왕.



 신이난 얼굴로 총아쇠를 잡아 당기는 조커는 처음 맞닥드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지난번 자선기금 행사에서 마주했던 남자라는 것을. 





 감히 나의 여왕에게 손을 대려하다니, 죽음으로 용서를 구해야 마땅하지. 


 


 


 

조커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 썼던 헌정 조각글

 귀엽게 쓰여져 좋아함^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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