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에게 매달리는 처절한 남자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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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에게 매달리는 처절한 남자 고르기
DARK PARADISE
구사회라는 이름 위에 군림하는 것은 오로지 둘이다. 두개로 나눠진 머리로 다른 생각을 하며 하나의 몸으로 유영하는 뱀, 결단코 떨어질 수 없는 몸을 분리하려든 것은 작은머리를 가진 아비의 아들이었다.
- 머리가 작은 놈은 생각을 많이 할 수가 없거든.
작은 머리가 내려다보는 여자는 괴상한 마력이 있었는데, 큰 머리 아비를 야금야금 좀 먹는 것으로도 모자라 아비의 아들까지 홀린 마력은 과연 예삿것이 아니었다. 그저 오묘한 눈홀림으로 그를 훑어보다 웃는 것만으로 사람을 안달하게 했다.
- 어렸을 땐 몇번이고 버려졌지. 살기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근성을 가져야 했고.
작은 뱀이 입꼬리를 끌어 올린다. 이제 살아남기를 원하지 않아. 칼날같은 혀가 뱉어난 예리한 말이 귓가에 닿기도 전에 뱀의 혀가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 내가 살기위해선 네 사랑이 필요해.
사랑받기를 간절히 원하는 뱀의 표정은 이질적이었다. 목소리로는 사랑을 구걸하며 그 누구도 제 위로 세우지 않는 오만함이 가득한 표정에 여주가 피식 웃음을 흘리자, 뱀의 손이 여주의 볼우물을 움켜쥔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레 여주의 손을 쥔 뱀의 제 머리 위에 여주의 손을 얹는다.
- 난 살기 위해 뭐든지 해. 네 멋대로 날 부러뜨려도 좋아.
여주의 무릎에 입을 맞추는 그가 다소 불안정한 미소를 지었다.
- 대신, 날 위해 내 바닥까지 사랑해줘.
SPLENDOR IN THE GRASS
그녀가 태우던 담배를 입에 물때면 꼭 과거의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기분이 든다. 부싯돌이 넘어가는 소리와 타오르는 불꽃을 담배에 가져다 물자 홀연히 스며드는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아름다웠던 향연이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시간이 제법 오래지나고나니 야금야금 떨어져나간 감정이 고마우면서 한편으로 서글프다.
- 자만이 자학으로 바뀔 때의 기분 알아?
그의 앞에 앉아있는 여주의 미간이 좁혀져간다. 꼭 제 얼굴을 보는 것이 지겹다는듯, 수면 위로 드러난 불편함에 타격을 입으면서도 그 또한 미학으로 느껴져 저가 이제 미쳐가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날 버린 이유가 뭐야.
네가 깡패새끼인 줄은 몰랐지.
자애로 가득찬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은 불로 일궈진 자갈밭을 겉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발바닥을 다 태워가며 여주를 사랑한 이유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그저 사랑에 눈 떴을 때 보인 것이 김여주였다는 것, 그것이 사랑의 전부였다.
- 넌 위조된 가짜 그림들을 골라내면 희열을 느낀다고 했지.
그게 내 일이니까.
- 그래, 네 일.
옴짝달싹 않던 입술이 느짓하게 열린다.
- 나는 널 사랑하지 않는 척 위선을 떨고, 너는 나를 사랑하는 것 처럼 위조하는 거야.
내가 왜 그런 치졸한 짓을 해야되는데?
- 네 일이라며. 내가 언제까지 진실된 척 널 완벽하게 사랑하지 않은 척 하면서 가식 떠는지 지켜보란 소리야.
그가 베어문 담배 필터 끝부분에는 한때 사랑으로 공유했던 립스틱이 묻어있었다. 검붉은색 립스틱을 꼼꼼하게 하나씩 짚으며 눈을 감고 과거의 여자를 회상하는 남자의 눈가에 어설픈 눈물이 맺혔다.
- 그렇게 해서라도 날 사랑해주면 안될까.
IDENTITY
계집의 눈은 길다랗고 얇은 꼴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꼭 사람을 쏘아보는 것 같아 기분이 더럽다더라. 그 계집은 눈매만큼이나 성격도 별난 꼴이었다. 곧 죽어도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 진흙탕 속에서 피어난 잡종. 계집은 지독해빠진 구렁텅이 속에서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측은한 사람이었다. 추레하게 묻은 진흙더미를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 쳐야만 하는 타의적 독종.
- 수금 내가 대신 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주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네까짓게 뭔데 내 일에 끼어들어. 예상했다는 듯, 새초롬한 표정을 띄워올린 그가 얄밉게 킬킬 웃는다.
함부로 남의 일에 끼어들지 마.
- 남이 아니면, 끼어들 자격이 생기는건가?
네가 뭐라고 하든 절대.
- 어디서 들었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 인생에 함부로 끼어들 수 있는 자격이 생긴대.
날카롭게 올라간 눈매가 비웃음을 던졌다. 지랄하네. 퍽 걸어진 말본새에 그가 여주의 표정을 흉내내며 지랄 아니다 임마, 하고 속좋게 웃어 넘긴다.
- 넌 네 멋대로 사는 거, 한번도 허락 된 적 없었어.
네 인생 아니면 신경꺼.
- 그러니까, 사랑하자고.
병신.
- 나 사랑해봐.
코웃음조차 흘러 나오지 않는 어색한 침묵 사이, 먼저 입을 뗀 그가 제법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 그럼 내 인생 네거고, 네 마음대로 할 수 있어.
……….
- 난 널 위해 함부로 살아도 괜찮아. 네가 원한다면.
살포시 쥔 여주의 손을 제 얼굴 앞까지 끌어당긴 그가 손바닥 위에 골자를 새기 듯이 조심스럽게 입술을 움직였다.
- 네 정체성을 위해 나를 버리는거야.
한결같은 헤ㄹ퍼 셔랑,,
오랜만에 보니까 이건 좀 괜찮은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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