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를 좋아하는 남사친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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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를 좋아하는 남사친 고르기
김우빈
멀찍이 보이는 작은 어깨에 저도 모르게 수를 세아리던 우빈이 입술을 깨물었다. 어렸을 적 숫자만 봐도 그렇게 지겹고 음울하더니, 이게 다 그때의 영향이었구나 싶다. 생일은 꼬박꼬박 기억하면서도 우는 횟수 세는건 끔찍하게도 싫었다.
- 왜 또 울어.
답이 뻔한 걸 알면서도 묻는 우빈이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는다. 허탈하게 웃는 여주가 금세 눈물을 훔쳐내며 고개를 저었다.
뭐겠니. 그냥 또 대차게 차였다, 나.
- 넌 그런 놈만 골라서 사귀는게 취미냐?
말 좀 예쁘게 하지?
- 남한테 함부로 사랑 퍼부으면서 사랑하는 버릇 좀 고쳐. 너 좀 사랑하고 예뻐해. 네가 무슨 자원봉사자야?
……….
- 네가 사랑 못 받는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고 네 스스로가 가엾어서 있는 사랑 없는 사랑 다 탈탈 털어서 남들한테 퍼줘? 넌 그래?
애닳게 사랑하는 이의 이별고민을 들어주며 어깨를 다독이는 일만큼 쓰린 일도 없었다. 그래도, 그래도, 하며 함부로 말하지 말자는게 우빈만의 규율이었다.
나 지금 동정하니?
- 알면 이제 그러지 말지?
임계점에 다다라야 끓어오르는 열처럼 우빈이 참을 수 있는 지점은 막 터져오른 수증기처럼 타올랐다. 짜증인듯, 아닌 듯 오묘한 감정이 섞인 우빈의 표정을 바라보는 여주의 볼우물이 오들오들 떨리기 시작했다.
네가 뭔데 날 함부로 애틋해하고 지랄이야.
- 애틋하니까!
왜 날 동정하는데!
- 너 보면 애틋하고, 애가 타니까! 애가 타서 죽겠다, 왜!
네가 무슨 자격으로……….
빨개진 눈 끝점이 매섭게 휘어올랐다. 좁혀들 기세로 밀려든 미간이 매몰찰 정도로 화를 낸다.
- 네가 그런 놈 말고 다른 사람 좋아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절대 내가 될 수 없다는 것도 다 아는데!
……….
- 그런데도 기대하는 내가 너무 애틋하고 불쌍해서 그런다.
……….
- 네가 꼭 나같아서!
……….
- 애틋해하면 안되냐?
울컥한 목소리였다. 제 자신이 안쓰러워 자기연민을 가진 이의 목소리처럼 떨리는 목소리에 여주가 당황한 얼굴을 감추고 말했다.
그럼 좋아하지마. 날 왜 좋아해!
- 내가 좋아해달래? 나 좀 봐달라고 너한테 구걸했어? 그냥 좋아한다는데 왜 못하게 해, 왜!
……….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밀려온 한숨이 애원하듯 목소리를 내보낸다.
- 난 네가 나 애틋하게 보든 동정하든 상관없어.
- 좋아하지 말란 소리 하지마.
류준열
사람많은 곳은 시끄러워 싫다면서도 여주의 옆에 붙어 졸졸 따라다니는 꼴이 퍽 우스운 모양새를 냈다. 이리저리 치이는 가로수길 한 가운데서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낑낑거리던 준열이 여주의 눈치를 보다 조심스레 무언가를 내밀었다.
- 아, 그 배우 무대인사 당첨됐는데… 갈래?
진짜?! 그걸 어떻게 구했어?
- 능력이지.
준열이 열렬하게 좋아하는 이는 다름아닌 남배우였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희귀한 취향 덕일까, 준열의 취향을 알고있는 여주가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남자가 이 배우 좋아하는거 처음 보네. 취향 독특해 아주.
- 좋아지고 싶은거지, 그냥.
좋아지고 싶은건 뭐래?
- 네가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하고 싶은거야.
여주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언젠가 이 배우의 연기력이 좋아 필모그래피를 전부 훑어본다고 스치듯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었던가?
- 취향이 같으면 좋아진대.
무슨 소리야?
내리 깔은 눈아래 자리잡은 웃음이 무척이나 수줍은 듯 보일 듯 말듯하게 움직였다.
- 떼쓰는거야. 나 좋아해달라고.
- 네가 좋아하는거, 나도 다 좋아할게.
- 그러니까 좋아해줘.
기무빈 쓸 때 너모 집중해서 짝사랑하는 기분 들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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