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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를 벼랑 끝으로 몰고가는 집착의 끝판왕 고르기 : 극 중 캐릭터 ver.







더러운 꿈 : 조태오



  - 재밌었니?



 갑작스레 파고든 빛세례 앞에 불쑥 끼어든 것은 조태오의 얼굴이었다. 여기저기 노기로 얼어붙은 얼굴이 간신히 화를 참으려는 듯, 입꼬리를 움찔댄다.



 - 도망칠 거면 멀리가지 그랬어?

 .........

 - 차라리 죽지 그랬니. 그러면 내가 못 따라갔을 거 아냐. 난 돈이 아까워서라도 당장은 못 죽거든.



 틀어진 고개는 그의 성격만큼이나 삐뚤다. 코앞까지 입술을 들이밀며 한숨을 쉬는 조태오의 얼굴에 눈을 감았다. 완벽한 도망이라 착각하지만, 늘 그렇듯 결말은 더러운 꿈이었다.





 - 아등바등, 살려고 도망치는 너를 볼 때면 너무 안쓰럽고 가엾다가도.

 ..........

 - 감히 니가 나한테서 도망치려고 했던게 괘씸해서 화가 나.



 조태오의 손이 내 턱을 감싸쥔다. 



 - 널 얌전하게 사랑해준 내가 잘못했지, 그래.

 조태오.

 - 그럼 앞으로 폭력적이고 나쁘게 사랑해줄테니까.



 어긋난 미소가 빠르게 입꼬리 위에 걸터앉는다. 이렇게 예쁘게 사랑해주는 게 싫다는데, 어떻게 해줘, 내가. 잔인하게 사랑해줄게. 퍽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멈칫했다.





 - 그땐 도망이 아니라 내 발밑에서 살려달라고 울게 될거야.








외롭던 삶의 괴로움 : 박해영




 - 그래봤자 소용없다고 몇번을 말해요. 또 다쳤네. 안 쓰렸어요?



 안쓰러움을 가득 짊어진 얼굴로 조심스레 내 발목을 만지작 거리는 박해영이 다소 급한 걸음을 옮겨 약상자를 들고 온다. 발목에 채워진 은색의 족쇄는 범죄자를 잡아두는 정의가 아닌 내 자유를 강탈한 범죄의 증거였다.





 - 경찰이라는게 참 좋아요.

 .........

 - 아무도 모르는 장소 찾아서 사람 가두고, 잠복근무 삼아 멀리 나가도 의심 안 사고. 

 .........

 - 당신같이 측은하고 불쌍한 피해자를 만나서 화초 기르듯이 만날수도 있고요.



 순하게 웃는 얼굴이 치졸하게 느껴진 것은 이미 오래전이었다. 폭력사건의 피해자로 박해영과 처음 조우하게된 나는 사건이 종료됨과 동시에 연고지도 없는 곳에 도축장에 갇혀들어간 개처럼 족쇄에 묶여 여러번 탈출을 시도했다.





 - 아참, 여주씨 때렸던 놈들 말이에요. 다시 못 나올 거에요. 거기서 죽기로 됐거든요.

 누가, 누구 마음대로요!

 - 내가요. 이렇게 예쁜 몸에 흉터를 남겼는데 어떻게 살려서 돌려보내줍니까? 나가면 다시 그럴 놈들입니다. 난 용서못해요.

 박해영 경위님, 당신 경찰이에요!

 - 기쁜 소식 하나 더.



 주머니를 뒤적이던 박해영이 구깃해진 종이를 펼쳐들었다. 여주씨, 고아라고 했죠. 너무 외로웠잖아. 힘들었잖아요, 그래서. 박해영이 내 앞으로 종이를 들이밀었다.



 - 여기, 이름 하나만 덜렁 들어있는게 불쌍해서요. 죽였어요. 여주씨는 이제 세상에 없는 사람이에요. 

 .........

 - 여주씨가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걸 아는 사람, 나 하나뿐입니다.

 .........

 - 인간은 삶에대한 욕구가 강해요. 그래서 어떻게해서든 자기가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발버둥치면서 살죠. 당신은, 이미 죽은 사람이 되버렸지만.



 하얀 종이 위, 내 이름 옆에 붙은 두글자 (사망) 이라는 글자가 생경하리만치 낯설고 먹먹하다.





 -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내 앞에서 애교도 부리고 아양도 좀 떨어봐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 죽은사람이잖아, 안 그래?








 순수한 열망의 말로 : 최택




 택아, 계속 챙겨주고 신경써주는 건 고마운데 우리 헤어지고 친구로 남기로 했잖아. 

 - 걱정되는 걸 어떻게 해. 난 원래 친구한테도 그래.



 담백하고 깨끗한 이별인 줄 알았다. 친구사이로 남는건 괜찮지? 어색하게 물어오는 질문에 흔쾌히 그러겠다 대꾸했고, 택이 그렇게 남아주길 바랬다. 어디까지나 내 착각이고 바람이었다.





 - 나, 아직도 니 걱정 많이해. 감기 걸리지는 않을까, 늦게 들어오지 않을까, 혹시 다른 사람이라도 만나지는 않을까.



 유순한 눈매가 일순 날카롭게 변한다. 택아, 우리 헤어졌잖아. 그냥 친구사이라고. 거기까지 간섭할 수 없는 친구. 택이 별안간 피식 웃었다.



 - 여주야.

 .........

 - 나랑 헤어지면 모든게 다 끝날 줄 알았어?

 택아.

 - 나 하루 종일 니 생각 밖에 안해. 니가 다른 사람 만나는게 미칠만큼 질투나고, 가끔은 너 죽여서 내 옆에 묶어두고 싶을 정도야.



 뒤늦게 생각났다. 최택의 숨막히는 미묘한 집착에 지쳐서 이별을 고했다는 사실을. 본능적인 뒷걸음에 택이 가까이 다가섰다. 여주야, 왜 그래, 오늘 할 일 못해서 그래? 볼 위에 올라온 손이 아플만큼 차다.





 - 너 오늘 연이랑 술마시러 가기로 했잖아. 약속 깨져서, 그거 때문에 이러는거야?

 니...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 괜찮아, 인연이도, 너한테 얼쩡거리던 정환이도 무사해. 아직은. .... 아, 정환이는 손가락 하나 쯤 없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잘 살거야, 내가 마음이 여러서 왼 손가락만 잘랐...

 ...너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건데!

 - 여주야.



 택의 허리가 굽는다. 시야 앞에 들이닥친 최택의 얼굴이 소름끼칠 만큼 두렵게 느껴졌다. 팔을 쳐내기 무섭게 택의 표정이 변한다. 꺼져, 제발 꺼져! 그 언젠가 했던 외침이 다시 튀어나왔다.



 - 내가 당장 니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진짜 아무 것도 못보는 거 같지.

 .........

 - 난 언제나 니 뒤에서, 니가 눈감고 있는 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어.

 역겨워.

 - 역겨워? 진짜 더럽고 역겨운게 뭔지 보여줘?



 어느새 다가온 택이 손목을 강하게 그라쥐었다. 순수한 얼굴이 더욱 공포를 종용한다. 두려움에 떠는 내 얼굴을 바라보는 눈이 유연한 미소를 지었다.





 - 그래, 그 표정. 너무 황홀하고 아름다워서 니가 아무리 날 증오해도 너를 떠날 수가 없지. 더 두려워해, 그럴수록 내 기분만 더 좋아지니까.








버려진 마음 : 최형배




 - 그래, 씨발 오늘은 왜 침 안 뱉나했다.



 얼굴 위로 흩뿌려진 침을 대강 닦아내는 최형배의 표정이 서늘하다. 폐허나 다름없는 곳에 갇힌 이후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에게 침을 뱉으며 욕설을 내뱉는 것 뿐이었다. 레파토리 안 바꾸냐? 존나 지겨워 죽겠다, 유여주. 볼언저리를 쿡쿡 찌르는 손이 놀랄만큼 아파와 절로 입술을 깨물어버린다.



 넌 조폭이라는게 배알도 없고 자존심도 없니? 여자 뒷꽁무니나 쫓아다니는 한심한 새끼.

 - 오늘은 말이 좀 과하네.

 내가 몇번을 말 해. 나, 너 갖고 놀려고 만난거야. 너같은 깡패새끼가 얼마나 여자한테 잘해주는지 궁금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척 군거라고.

 - 그건 몇번을 들어도 기분 뭐같고.



 마주댄 눈이 성난 표정을 지었다. 바꾸라고, 레파토리. 특히 마지막에 그 얘기는 좀 그만하자. 듣기에 엿같아서요, 씨발. 입술 안으로 밀어넣는 담배에 불이 붙자마자 희뿌연 연기가 얼굴 위로 날아든다.





 - 내가 배운게 없고 무식하게 몸만 쓰고 자라서 처음으로 존나게 사랑한 여자한테 배신당하고도 잘해보자고 이런 되먹지도 못한 짓을 하고 있는데.

 .........

 - 생각해보니까 내가 몸을 안 쓴거야, 그것만 하고 자라온 새끼가.

 .........

 - 그래서 오늘부터 몸 좀 쓰려고.



 최형배의 볼이 부풀어 오르다, 참아냈던 연기를 다시 마구잡이로 흘려놓는다. 인상을 찌푸리는 내 얼굴을 잡아 챈 최형배가 웃었다.





 - 외국에선 얼굴 위로 담배 연기 뱉는게 '나 오늘 당신하고 자고싶습니다' 라는 뜻이래.

 .........

 - 무식해도 그런건 잘 외워, 으응. 니 생각하니까 잊어버릴 수가 없더라고.



 셔츠자락을 쥔 손에 강인한 힘이 들어갔다. 한치의 배려나 다정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손길, 비록 가짜일지언정 연인이었던 순간에는 미안하단 이유로 손도 대지 못한 내게 처음으로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최형배는 쇼파 위로 나를 밀어 넣었다.



 - 나랑 내기 하나 하자, 유여주.

 .........



 넥타이를 풀어헤치는 최형배가 웃는다.





 - 내가 지금 잘 못해서 너 죽이나, 안 죽이나. 목 꽉 잡아라, 내가 힘조절을 못해서 모르고 죽여버릴 수도 있으니까.








헤픈엔딩 : 이중구



 - 이거 진짜 당돌한 기집애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나를 골드문에 들인 것인 상무이사인 그의 힘이 컸다. 이중구의 입김으로 나는 점점 입지를 키워갔고, 그의 손길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퇴사정도는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요. 자꾸 이러시면 무단퇴사라도 할 거에요.

 - 지랄맞게 쫓아다니면서 사람 귀찮게 할 땐 언제고 이제와서 고상한 척이야?

 고상하게 키워주신 건 감사한데요, 이제 이사님 없이도 나 잘 살 수 있거든요.



 타들어가는 담배가 재떨이에 닿을 새도 없이 우스스 떨어져내렸다. 테이블 위에 떨어진 담배가 이리저리 나뒹굴고, 이중구는 나를 죽일 듯한 눈으로 노려본다.





 - 온실에서 자란 화초는 말이에요, 밖에 나가면 못 사는 법이야. 비바람 쳐 맞고, 지 스스로 뭘 줏어먹은 적이 없거든.

 지금 협박하는 거에요?

 - 네, 나 지금 너 협박하는 거세요. 뭐? 옮겨? 여주야, 내가 장담하는데 넌 내 곁 떠나는 순간 그냥 이 바닥에서 매장이야. 매장.

 .........

 - 매번 다 너한테 맞춰드리고 오냐오냐해주니까 안 그럴 것 같죠.



 이중구의 손이 핸드폰 액정위로 옮겨간다. 툭툭 치는 손가락, 그 위에 자리잡은 비열한 얼굴.





 - 내 말 한마디면 너같은 것 쯤 매장뿐만 아니라 아예 세상에서 삭제시켜드릴 수도 있어요.

 .........

 - 그러길래 예뻐해줄 때 얌전히 예쁨이나 쳐받고 있지, 왜 이 사단을 내서 사람 환장 지랄을 하게 만들어?



 찌푸려진 인상이 재빠르게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이중구의 버릇이었다. 남들과 함께할때면 늘 화로 점철된 그의 얼굴은 나의 곁에선 늘 웃는 얼굴이거나 무표정이었다. 적어도 이중구는 내 앞에서만큼은 자신의 어두운면을 감추고 싶어했다.



 - 우리 그동안 좋았잖아? 그러니까 앞으로 좋게좋게 잘 지내야지, 여주야.

 언제까지 날 옆에 묶어둘 셈이에요.



 이중구가 웃는다. 늘 봐왔던 웃음과는 달랐다. 어딘가, 아주 어둡고 습윤한 미소였다. 계약서 쓸 땐 꼼꼼히 했어야지, 꿈에 눈 먼 가엾은 아가씨는 그런 걸 생각할 틈이 없던 모양이지만. 그의 미소가 멎었다. 언제까지라, 글쎄, 그게 좋겠다. 가늘은 눈꼬리가 휘어 올라갔다.





 - 우리 여주가 뒤질 때까지. 내가 먼저 뒤져도 너는 니 모가지 숨구멍 끊어지기 전에는 절대 나 못 벗어나.






 

박해영 조각이 가장 핫했던 기억이.

 그나저나 뭐 이렇게 길게 써놨어..

 과거엔 허슬러였던것 같다구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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