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의 반인반수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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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의 반인반수 고르기
사냥개 Hound
기민한 감각은 동물적 본능에 달려있다. 찔끔찔끔, 여우비처럼 움직이는 귓등이 점차 사람의 형태를 취하면 영민함을 잃는다. 준열아?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의 한계는 짧은 것일까, 재차 준열의 이름을 부른 여주는 별안간 손을 치켜올린 준열을 쳐다보았다.
- 가까이, 안 들려.
가까이 앉아 귓가근처에 얼굴을 들이민 여주의 입술 위로 준열의 귀가 닿았다. 입술 표피 위로 느껴지는 귓바퀴의 선명함과 기묘함이 시시각각 여주의 기분을 영롱하게 했다.
- 말해.
……….
- 네 목소리 더 가까이에서 듣고 싶어.
늑대 Wolf
외눈이 늑대의 눈알을 채운 사선은 마음 속의 외롬으로 기록되었다. 저 스스로 무리를 뛰쳐나와 인간의 행세를 하며 이곳저곳에 발길을 내딛는 늑대는 외로운 생물이었다. 보이면서 보이지 않았고, 들으면서 귀머거리로 사는 민기에게 세상은 백색소음의 늪이다. 쫑긋, 처음으로 인간의 귀로 본능의 소리를 포착한 귀가 시선을 끌어갔다.
- 달이 있네.
복숭아처럼 동글동글 솟아난 솜털같은 여자에게는 영 어울리지 않는 말일테나, 민기는 여주를 꼭 그렇게 보았다. 늑대의 외로움은 한철이다, 철부지 녀석아. 언젠가 껄껄웃던 대장이 생각나 잠시 눈물이 핑돈다. 제 눈앞에 울음을 이끌어내는 만달같은 여자의 짧은 왜요, 라는 질문에 민기가 자연스레 웃음을 지어 올렸다.
- 봄에 보름달이 뜨면 무슨 향이 나는지 알아?
……….
여주의 시선에 맞춰 고개를 숙인 민기가 여주의 양 볼을 감싸쥐고 속삭이듯 나즈막히 말했다.
- 아름다운 네 입술의 향.
흑표범 Black Leopard
아무르 표범이라는 이름아래 흑변종으로 태어난 것은 고독을 동반한 축복이었다. 야밤을 뒤집어 놓는 그의 눈동자는 누군가의 뒷통수와 행적을 집요하게 쫓으며 밤하늘같은 머리칼을 흩날린다.
- 표범은 두리번 거리지 않아. 잡은 목표물은 죽여서 가죽에 새겨.
맹수는 맹수였다. 목과 허리를 조이는 팔힘은 숨통을 쥐었다 놓았다하는 것처럼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날 죽일 셈이에요? 두려움에 떠는 여주의 입술을 매만지는 종인이 고개를 젓다 여주의 눈썹 위에 짧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 한번에 먹어치우는 것 보단.
옆구리와 어깨를 찌르는 손이 아프면서도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냈다.
- 나눠서 음미하며 먹는게 더 좋지 않겠어?
러시안블루 Russian Blue
고양이는 어미젖을 떼고 난 후에도 종종 앞발로 무언가를 짓누르는 행위를 한다. 자신을 집사라 칭하는 인간들의 언어로는 ‘꾹꾹이’ 라 불리는 이 행위는 모든 고양이들의 아가페적 사랑에서 뿜어져나오는 특별한 것이었다.
- 안돼.
지친 얼굴로 고개를 뒤로 젖힌 지용이 스탠드 마이크를 밀었다. 바닥에 뒹구는 마이크의 이명에 인상을 찌푸리기도 전에 날렵하게 다가와 앉은 눈동자가 유난히 파랗게 물든 것처럼 보여 여주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르릉 울리는 소리에 움찔, 어깨를 들썩인 여주가 단추자락을 만지작 거리는 지용과 눈이 마주쳤다.
- 인간들이 가진 것들 중에 가장 흥미로운게 하나 있지. 피아노.
……….
- 누르면 살결을 누르던 기억이 나거든.
여주의 견갑골을 조심스레 누르는 손이 애탈정도로 뜨겁다.
- 넌 피아노고, 난 연주자야. 그러니 내가 누르는 어디든 넌 탄성만 지르면 돼.
지금 다시 보니 지디빼고 다 망한 것 같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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