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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와 위태로운 관계에 놓인 위험한 남자 고르기


 


 





1 풀어



늦은 밤,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그는 아무 말 없이 앉아서 나를 오묘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생기없는 얼굴색과 대변되는 치밀하고 세세한 정열적인 눈빛은 나체가 된 듯한 수치심을 준다.


 - 밤 늦게 여길 왜 왔을까, 사실 집에 들어오기 전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뚝뚝 흘러내리는 눈빛이 멈춰섰다.


 - 여주씨의 셔츠를 보니까 이해가 되는 거 있죠.


빙긋 웃는 얼굴이 가까이 다가와 앉는다. 셔츠자락을 움켜쥔 손이 힘을 주어 제 쪽으로 끌어당긴다.




 - 이걸 하나하나씩 풀기 위해서였어요.





2 오만과 편견



그는 늘 자신의 사랑에 오만함을 가지고 있는 남자였다. 실상 그를 좌지우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나임에도 나는 늘 그에게 조금의 화도 낼 수 없었다.


 - 당신은 지금도 나를 오만하고 건방지단 생각을 하고 있겠지.


그의 성찰력은 실로 놀라울 정도다. 아무말 없이 시선을 내리까는 내 목덜미를 끌어안는 그는 늘 그렇듯 낮게 속삭인다.


 - 하지만 나는 내가 오만해도 될 이유를 알고 있어.


턱선을 깨무는 단단한 이의 장난기 어린 희롱이 우스운 웃음을 흘린다.





 - 결국 당신도 나의 이런 오만함과 리비도를 사랑하니까 벗어날 수 없는거야.




3 이끌림



종인을 만난 곳은 남자친구의 친구들을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나른하고 조용한 얼굴에 서글서글한 눈매에 퍽 좋은 인상을 남긴 종인은 집방향이 같다며 동행을 요청했다. 늦은 밤, 공원 귀퉁이를 돌 즈음 그의 손이 내 어깨 위에 올라온다.


 - 아무리 생각해도 안되겠다.


해사하게 느껴졌던 얼굴에 어딘가 어둑한 그늘이 끼어든다.


 - 내가 참아보려고 했는데, 세상엔 뜻대로 안되는 일도 있잖아요.


별안간 달려드는 입술에 놀랄 새도 없이 희미하게 웃는 그가 내 입술을 꾹 누르며 말했다.





 - 내가 가져야겠어.




4 마왕



냉기를 품은 눈동자와는 다르게 훑어내리는 빛깔은 도무지 차가워지는 법을 모른다.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눈빛을 예찬하고는 했다. 그저 시선 하나만으로도 여자의 옷을 벗길 수 있는 마력을 가진 사람. 그의 눈이 나를 집요하게 쫓을 때면 그저 허공만 들여다본다. 


 - 눈은 왜 감아?


슬그머니 새어나오는 웃음소리가 점차 가까워질 때면 겁에 질린 아이가 된 양 슬쩍 눈을 떠 그의 동태를 살핀다.


 - 감았다가, 떴다가, 키스해달라고 애교라도 부리는건가?


입에 물린 담배에서 매캐한 연기가 쏟아진다. 근데, 난 키스는 시시해서 별로야. 찡그린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빠르게 사라진다.




 - 그 다음이라면 모를까.




5 무의미



사람들이 길다란 손가락질에는 나를 향한 조롱과 비난이 서려있었다. 넌 평생 외로울거야. 그런 늪에서 나를 꺼낸 것은 그의 무분별한 사랑과 애정이었다.


 - 잠깐 신경 못 쓴 사이에 많이 헬쓱해졌네요.


안타까운 듯, 내 머리칼을 쓰다듬으면서도 표정은 우롱하는 듯, 조소가 깔려있다. 나는 그가 일부러 나를 모른체 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외로움에 그에게 매달린다.


 - 아, 진짜 재밌다니까. 사람들은 왜 우리 여주씨가 이렇게 측은하고 예쁜 사람이라는 걸 모를까.


지금 내가 갈구하는 애정이 독뿐인 무의미인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결국 그의 뜻대로 한다.





 - 더 처절하게 매달려봐요. 버림받기 싫으면.




6 애증



보검은 착한남자였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유약함을 지닌 그는 근래에 보기드문 사람이었다. 나는 그를 우습고 멍청한 사람으로 여겼고, 보검의 마음을 찌르며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의 선택은 이별이었고, 뒤늦은 후회에 그를 찾아갈 때 마다 그는 차가운 나를 밀어내곤 했다.


 - 정말 내가 필요하다면, 내게 약속만 해준다면 돌아갈게.


그의 순수한 애정이 그리웠던 나는 미치도록 보검에게 매달렸다. 나를 받아주는 듯, 아닌 듯 애매모호하게 구는 보검은 지쳐서 우는 나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 울지마. 계속 그러면 나 다시 떠날거야.


아이처럼 매달리는 내 어깨를 토닥이는 보검이 말을 덧붙였다.


 - 장난이야. 쉽게 안 떠나, 걱정마.


어딘가 서늘하고 섬짓한 말투에 고개를 들자, 그가 웃는다.





 - 니가 그렇게 무너지는 걸 볼 때마다 즐거운데 어떻게 떠나.




7 욕慾



아버지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영국에서 나고 자라 특수부대를 거친 말없고 무뚝뚝한 사람. 그는 곧 내 전담 경호원이 되었고, 기나긴 시간동안 내 곁에서 나를 보필하고 보호했다. 나는 그의 과도한 보호와 모호한 애정이 미치도록 싫었다.


 - 며칠 후에 있을 오찬에서 아가씨를 노리는 사람이 있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짐짓 심각한 얼굴로 담배를 꺼내든 그가 한숨을 쉰다.


 - 조심하는게 좋겠어요. 상대는 시스테마를 전공한 사람이라고 하니까요. 자칫 잘못했다간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요.


섬뜩한 경고에 몸이 움찔거리자, 그가 담배에 불을 붙혔다. 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한다는 거에요. 겁에 질린 말투에 그가 슬며시 웃었다.


 - 내가.


손에 들린 담배가 입에 물린다.


 - 아, 걱정말아요. 나 아직까지 우리 아가씨를 지키고 보호해야겠단 생각으로 가득해요.


두려움에 떨고있는 나를 돌아보는 그가 미묘한 웃음을 띄우며 담배연기를 뱉었다.





 - 죽는 것보단 얌전히 내 보호 아래서 내가 주는 사랑이나 받고 있는게 안전하다는 걸 아는 게 좋을 거에요.







 재업하는 것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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