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를 좋아하는 직장상사 고르기

2017. 1. 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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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를 좋아하는 직장상사 고르기










경영지원팀 이수혁 팀장




 누군가는 그를 시기했지만, 사원들 대부분은 그를 존경했다. 일계급 승진으로 얻은 팀장이란 직함은 이른 나이에 거머쥐기에 퍽 부담스러운 자리였으나 그는 여타 다른 부서의 팀장들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능력이 있었다. 마치 이국을 연상시키는 외모와 냉기도 그의 능력에 한 몫한 덕일까, 여느 여사원들처럼 팀장만 쫓는 여주의 시선이 불현듯 공중에서 맞닥들인다.






 - 훔쳐보는게 취미인 줄은 몰랐습니다, 정여주씨. 나쁜 버릇이네요.



 업무에 몰두해있느라 시선을 느끼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것이 오산이었다. 그의 말마따나 나쁜버릇이라면 버릇인지라 여주는 바로 고개 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팀장님! 팀장님이 너무 멋지셔서요.

 - 훔쳐보지 말아요.

 네, 죄송해요. 앞으로 몰래 훔쳐보는 일 없게 하….

 - 대놓고 보면 되잖아.



 별안간 칸막이 너머로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 수혁이 여주를 빤히 쳐다본다. 저도 모르게 암홀같은 눈동자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여주가 화들짝 놀라며 의자를 뒤로 밀었다.





 - 얌전히 앉아 있어요. 다쳐요. 



 의자 손잡이를 끌어당기는 손은 꽤 단호했다. 이리저리 눈알만 굴리며 어쩔줄 몰라하는 여주가 시선을 흐뜨려놓자, 수혁이 픽 웃으며 이마를 톡톡 두드린다.



 - 내가 말할 땐 나만 봐야지.



 어렵사리 눈을 맞춘 여주가 10초도 버티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퇴근하셔야죠, 팀장님! 열시 다 되가요! 씩씩한 척, 퇴근 준비 하는 여주를 쳐다보던 수혁이 여주를 따라 일어섰다.



 - 밖에 비가 많이 오네요. 우산 있어요?

 아, 우산이라면 있기는 있는데….



 비상용으로 늘 들고다니는 삼단우산이 있지만, 두명이서 쓰기엔 작다. 너무 작아서요. 뒤 따라온 여주의 말에 어깨만 으쓱한 수혁이 여주를 따라 회사를 나섰다. 





 - 우산 줘요. 내 키에 맞춰주기 힘들잖아요.

 괜찮은데.

 - 내가 안 괜찮아.



 작은 우산에 몸을 구겨넣은 수혁이 여주 쪽으로 우산을 기울였다. 촉촉히 젖어가던 어깨는 지하철역에 다다르자 어느새 축축해져 빗방울이 떨어져 내릴 지경이 되었다.



 팀장님 저 때문에 비 맞으신 거 아니에요? 저는 새로 사면 되니까, 주차장까지 쓰고 가세요.

 - 괜찮아요. 나 우산 있어.

 네?



 검은색 삼단 우산을 꺼내 든 그가 여주의 품에 우산을 안겼다. 우산… 고장 나신 거예요? 어리둥절한 얼굴로 묻는 여주를 보며 웃는 수혁이 고개를 젓는다.



 - 멀쩡한 우산인데, 같이 쓰고 가고 싶어서요.

 ….

 - 우산도 같이 쓴 사이인데.





 - 앞으로 우리 시간도 같이 쓸래요?









경영회계과 책임 강동원



 직책들의 총애를 받고 있는 그는 생각 외로 사원들의 시기를 사지 않는 독특한 인물이었다. 타고난 성품 탓일까, 유들유들한 외모에 어울리는 다정하고 넉살좋은 그는 모두가 바라는 이상적인 회사원이었다. 살뜰히 사람을 챙길 줄 아는 그에게있어 여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 아침 챙겨먹고 왔어요?

 아, 아뇨…. 오늘은 늦잠을 자서 못 먹었어요.

 - 잘 챙겨먹지, 안 그래도 약해보이는데 쓰러질까봐 걱정되네.



 늘 여주의 식사여부를 묻는 걸로 시작해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늘상 흐뭇하고 배려심 넘치는 미소를 보여주는 동원은 여주의 마음에 자리잡은 작은 짝사랑이었다. 우물쭈물, 말을 걸려 노력하는 여주의 노력이 귀여운지 대뜸 동원이 말을 걸어온다.



 - 커피 좋아해요?

 아메리카노 좋아해요! 헤이즐넛 시럽 두번 넣어서!

 - 카페인 몸에 안 좋은데.



 당황한 여주가 웃으며 그렇죠, 하고 조용히 대꾸한다. 왜 물어보신거지? 당황을 넘어 밀려드는 민망함에 여주가 괜히 헛기침을 해대며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픽 웃는 시선이 괜스레 따갑다. 눈알이 시릴 정도로 모니터만 들여다보는 여주의 책상 옆에 탁, 하는 작은 소음이 인다.



 - 요즘 춘곤증 때문에 다들 고생이라고 하길래.



 제 옆에 놓인 커피에 여주의 얼굴이 발그레 해진다. 아, 강책임님 성격을 깜빡했구나. 컵을 들어올리던 여주가 별안간 멈짓 한다. 컵 위에 휘갈겨진 글자, ‘헤이즐넛 시럽2’. 세심한 배려는 늘 사람을 설레게 했다. 


 주머니 사정은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점심시간만 되면 커피를 들고 올라오는 강책임의 호의를 당연스레 받아들인 여주는 갑작스레 떨어진 불호령에 안절부절 하며 동원앞에 섰다.



 무슨 일 있으세요, 책임님?





 - 이게 자그만치 얼만지 알아요?



 동원이 내민 종이를 받아든 여주가 갸우뚱 거린다. 회계팀의 계산착오는 곧 죽음이나 마찬가지다. 겨우 쉼호흡을 뱉어낸 여주가 서류를 읽다 갸우뚱 한다. 



 아메리카노 4000

 아메리카노 4000

 아메리카노 4000



 커피값이 줄지어 쓰인 카드 출금 내. 이게, 뭐예요? 얼떨떨한 여주를 올려다보는 동원의 미간 사이로 주름이 졌다.





 - 유여주씨. 어디가서 눈치없단 말 많이 듣죠?

 네? …어… 네.

 - 나 부서원들한테 커피 사줄 정도로 친절한 사람은 아니에요. 춘곤증때문에 피곤하거나 말거나, 커피를 좋아하거나 말거나 나랑은 관련이 없는 이야기라고요.

 네….



 개인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배려심을 넘어선 과도한 친절이긴 했지. 고개를 주억 거린 여주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 유여주씨.

 네, 책임님.





 - 내가 너 커피 사주고 싶어서 부서원들 전부 커피 사주고 있던 거 압니까?







 언제적에 쓴건지 기억도 잘 안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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