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에게 집착하는 남자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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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에게 집착하는 남자 고르기
1.
그는 단 한번도 제 목숨을 제 것이라 여긴 적이 없다. 타인의 손아귀에 평생을 받치고서도, 그것이 응당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신뢰는 없다는 말이 진실이 되어 보검을 나락으로 떠민 순간, 그는 누구도 정화시킬 수 없는 독이 되었다. 평생을 다 받쳐 지켰던 아가씨의 목덜미를 쥐고 있는 순간에도, 보검의 눈에는 독기가 눈물처럼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 이러면 안되지. 당신이 나한테 이러면 안돼.
무슨 소리야. 이거 안놔? 하찮은 자식이 감히 누구 목을!
- 주인은 개를 버려도 개는 주인을 버리면 안돼.
분노에 몸서리를 치면서도 가녀린 목덜미가 꺾일까 안절부절하던 보검은 끝내 손아귀에 힘을 싣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앉았다.
- 나는 개야. 당신의 명령을 따르는 개. 그래서 당신이 나를 버려도 나는 여전히 당신을 따라.
여주의 조롱어린 웃음에 보검은 포기한 듯 미소를 띄워 올렸다. 난 네 깟놈 필요없다고 말했을텐데. 차갑게 파고든 날카로운 한 마디가 귀를 타고 넘어왔을 때 보검은 비로서 과거의 눈망울을 되찾았다.
- 알아요. 뭐든 명령해요. 죽으라는 말도 좋아. 아니, 차라리 그렇게 말해줘요.
- 당신의 사랑을 받지 못하느니 차라리 죽는게 나아.
2.
세상은 그를 악인으로 보았다. 그와 같은 세계에 머무르는 사람들은 그를 바다보다 더 깊은 남자라고 생각했다. 세상 모두를 적으로 둘 지언정, 자신은 적으로 두지 않는 끝없는 자가신뢰와 패기. 압도적인 위엄은 모두의 기를 흐뜨려놓았다가도 여주의 앞에만 서면 물에 빠진 꼴이 되었다.
-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기분이구나. 도대체 원하는게 뭐니.
몰락. 남들이 가진 두려움을 존경이라고 착각하고 사는거 역겨워서요.
웃으며 내뱉는 말에 자비는 없다. 어찌 용서할 수 있을까, 내 동생을 죽음까지 몰아넣은 당신을. 순수할 정도로 자신을 증오하는 여주의 뺨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는 손길이 멈칫했다.
- 넌 여전히 안 풀려. 수학처럼 풀릴 답이 아니기 때문이겠지.
손 치워요. 더러워.
- 풀릴 것이 아니란 거 알면서도 네가 내 입생의 답이라고 말해.
어떻게 쟁취한 타이틀인지 생각하면 곧장 머리가 아파올 정도였다. 그래, 애초에 네게 개새끼로 낙인 찍힌 거, 벗어나려고 아등바등할 필요 없잖아. 옷자락이 쥐고 이끄는 손길이 다소 거세졌다.
- 그럼 이게 내가 풀 수 있는 답인지 아닌지 해답부터 보자고.
3.
아담은 왜 선악과를 삼켰는가. 뱀이 놀린 세치 혀는 필경 설망어검이다. 아담은 멍청하지 않았다. 다만 그것을 삼켜야할 동기와 간절함이 있었을 뿐이다.
- 국가대표 명단에서 네 이름 빠졌어.
당신 미쳤어? 이게 무슨 기회인지 몰라서 그래? 내가 얼마나…!
- 간절했거든요.
4년을 까무룩 잠이 든 시체처럼 온 시간을 받치면 제 가치를 가늠해볼 날이 온다. 종석이 제 멋대로 포기하게 해놓은 것은 그 가치들을 대변할 짧고도 귀중한 시간이었다. 분노가 머리 끝까지 차오르면 눈물도 나지 않는다. 부들부들 떠는 여주를 태연하게 내려보는 종석이 피식 웃었다.
- 예산이 많이 모자르다고 얘기하더라고. 운영에 힘 쓰라고 몇 푼, 선수들 먹이라고 몇 푼, 몸 좀 편히 하시라고 몇 푼씩 쥐어주니까 네 이름 주면서 내 멋대로 하라잖아.
미친놈.
-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해야 백단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까, 하다가 네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걸 빼앗기로 했어.
처음에는 그저 겁을 주려던 것 뿐이었다. 협회장이 차라리 네 손아귀에 두는 것이 안심되지 않겠느냔 제의를 하지 않았다면 이 사태까지 끌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 지금 네 꿈만큼 나를 소중하게 대해준다면 내가 네 꿈이 되어줄게.
4.
대감의 눈초리가 사납다한들 제 앞의 정인만큼은 예외요, 여인이 어찌나 포부가 상당한지 기골이 장대한 사내도 뼈를 못 추스릴 정도라고 하더이다. 도포자락 뒤를 따라오는 백성의 목소리에 윤이 조용히 미소를 지어 올렸다. 나는 사람들이 널 두려워하는 것이 좋다. 어물쩡 넘어가는 해를 따라 사랑채의 문을 열자 파리한 얼굴로 윤을 노려보는 여주가 입술을 꾹 깨문다.
- 그리하고 쳐다본다 한 들 겁먹지 아니한다고 몇 번이나 일러두었소만.
어찌 아니 죽지 않으십니까. 지나가는 걸인의 돌이라도 맞아 죽기를 그리 간청하고, 바라는데.
윤의 미소에 언뜻 비웃음이 스며들었다. 아시오, 부인? 백성들이 부인만큼이나 두려워하는 것이 나라는 사내이외다. 누가 감히 내 앞에서 무기를 든단 말이오. 나는 가벼이 보이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을 끊임없이 천착하였소. 어느새 웃음기가 가신 눈이 여주의 눈망울 위에 쏟아졌다.
- 그대가 증오로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볼 때 마다 희열을 느끼고, 나를 향해 입술을 짓이기면 참을 수 없는 욕망을 느끼오.
윤의 얼굴 위로 다시 미소가 떠오른다.
- 조윤이 가지지 못하는 것이 있겠습니까.
- 하여 그대의 증오와 멸시 또한 내것입니다.
5.
포주의 딸이라는 손가락질은 견딜만 했다. 견디기 힘든 것은 그의 경멸어린 시선이었다. 발치 아래 놓인 힘없는 생명을 무자비하게 짓밟아 놓는 인간들의 시선보다 고매한 그의 우아한 시선이 오히려 여주를 더욱 지치게 했다.
- 여주야, 나는 너를 증오한다. 포주의 딸로 태어나 남들과 살을 섞지 않고서도 그런 눈초리를 받아내는 네가 증오스러워.
그건 제 잘못이 아니잖아요.
- 네 어미를 스스로 고르지 못한게 네 잘못이야.
여주는 차라리 자신이 죽었으면 했다. 나는 것 또한 내게 선택권이 없는데 그것을 골라 태어난 내가 잘못이라니, 이런 어불성설은 또 어디있단 말인가. 아무 말없이 푹 쳐진 여주의 머리를 끌어올리는 그가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 하지만 한편으론 네가 손가락질 당하며 살 수 있는 위치라 기뻐.
…네?
- 그래야 내가 널 아무런 죄책감없이 가질 수 있거든.
그의 입가에 띄워진 것은 난생처음 보는 미소였다. 난 종종 신한테 기도를 올리곤 하지. 단의 머리칼을 쓰다듬는 손은 우직하고 부드러웠다.
- 신이시여, 이 여자를 더 고독의 벼랑으로 몰아넣어주세요.
- 나한테 목매달아 죽을 수 있도록.
사실 이런 식의 글은 안된다는 걸 알고있다,, (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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