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 vs. 황제 vs. 도령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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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 vs. 황제 vs. 도령 고르기
一, 속국의 볼모공주 X 태자
볼모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한정적이다. 말이 좋아 대접이지, 감시나 다름없는 생활 속에 여주의 마음은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궁정을 도는 것도 눈치를 봐야 겨우 할 수 있었기에 궁인들이 돌지 않는 오후시간대나 궁녀와 함께 못에 잠깐 나가는 것이 전부였다. 해가 어물쩡 넘어가는 시각, 못의 앞에 앉아 제 얼굴을 비춰보던 여주가 화들짝 놀라 일어섰다.
태, 태자님.
- 여봐라, 태사 말이 거짓이지 않느냐.
예…?
- 천하박색이 따로없다더니, 마냥 고운 것이 꼭 봄눈에 녹은 제비꽃 같다.
난생처음 듣는 칭찬에 살구빛으로 달아오른 볼을 급히 감추는 여주가 고개를 조아렸다. 과찬이십니다, 어딜보아도 꽃이 아니여요. 우물우물 뱉어낸 말에 제훈이 픽 웃었다.
해괴하고 오묘한 첫 만남 이후, 종종 여주가 머무르는 별궁에 찾아오는 제훈이 별안간 품 안에 꽃을 가득 들고 나타났다.
웬 꽃을 그렇게 다발로 묶고 오셨습니까? 혹여 꽃 이름이 궁금하여…?
- 아니오, 오다가 하나하나 가져온 것이오. 눈에 밟히길래.
그렇다고 이리 많이 가져오시면….
- 참 해괴하지 않소?
뜬금없는 물음에 여주가 고개를 갸우뚱 한다. 무엇이 말입니까? 여주가 되물어 온 질문에 제훈이 고민하는 듯, 입술을 꾹 내리 눌렀다 말했다.
- 꽃은 꺾어 내 곁에 둘 수 있지만 그대는 어찌 내 곁에 둬야할지 모르겠소.
태자님….
- 그대를 과인의 곁에 두려면 어찌해야 하오?
저는 속국의 볼모 일 뿐입니다. 태자님 곁에는 더 좋은 정인이 있을 거고요.
- 내 그대를 꽃처럼 아끼고 사랑해 줄 자신이 있소만.
- 내게 와서 꽃이 되어주겠소?
二, 제사장 X 황제
제사장의 신분으로 궁을 들렀을 때, 여주는 집요한 시선으로 자신을 쫓던 황제의 눈빛을 잊지 못한다. 무엇이 그리 궁금하여 그런 눈으로 자신을 보았나, 기백번 생각해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때늦은 가뭄으로 다시 궁에 들렀을 때, 연회랍시고 여주를 별채까지 끌어들인 동원이 여주에게 손짓했다.
- 꽤 오랫동안 그대를 지켜봤네만.
어인 일로 소인을 지켜보셨는지요.
- 그대가 무척이나 마음에 드오.
거리낄 것 없는 과감한 언사에 여주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소인이 말이십니까? 허나 소인은 한 낱 제사장일 뿐입니다, 주군께 어울리지 않는 하늘의 몸종일 뿐이예요. 퍽 단호하게 거절의사를 밝혔음에도 동원은 고개를 저었다.
- 그대의 신분이 제사장이라 망설여진다면 과인은 그대를 후궁으로 삼겠네.
……….
- 하여, 그대에게 은혜를 입혀드리리다. 내 한번도 품 안에 안은 여인이 없소. 그대가 처음이오.
언감생신 꿈도 꿀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저 하늘의 심부름꾼이자 나랏일과 고을의 안녕을 도모하는 몸종일 뿐인 제게 임금은 감히 꿈도 못 꿀 상대였다.
- 혼인은 나와 그대가 하오. 누군가 방해를 한다면 기꺼이 그 치의 숨통을 끊어주지.
……….
- 급작스러운 질문인 줄은 아네만, 묻겠소.
- 황후가 될 준비는 되셨소?
三, 규숫집 아씨 X 도령
아니, 생긴 것은 들판 똥강아지 같은 것이 웃음소리는 또 까득까득하여 어딜보아도 막 사내태가 나는 도령으론 안 보이지 뭐요! 나뭇가지를 타고 넘어오는 소리에 백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보나마나 제 이야기인 것이 뻔했다. 누군들 이리 순한 얼굴로 태어나고 싶었나. 한참을 입술만 빼쭉 내밀다가 이내 다시 그네에 앉아있는 여인에게로 시선을 둔다.
- 어?! 어디로 간 게지.
훔쳐보는 것은 군자의 도리가 아닌 줄 압니다.
잠깐사이에 사라졌다 했더니 어느새 제 옆에 와있는 여주가 친절한 미소를 보였다. 이마 끝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그,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그네를 한번 타보면 어떨까 하여서…! 횡설수설 하는 백현을 보던 여주가 먼저 걸어가 손짓했다.
이리오시지요. 소인이 밀어드리겠습니다.
- 사내놈이 남사스럽게 남이 밀어주는 그네는….
그러면서도 쭐래쭐래 따라와 의자에 앉은 백현이 힐끔 뒤를 돌았다. 살살 밀어야 하오. 안심시키기라도 하듯,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 여주가 그네를 밀기 시작했다.
- 그네라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지 않습니까?
무엇이 신기하신지요?
- 힘차게 발을 굴러도 하늘님에겐 닿지 못하고, 결국 다시 땅으로 회귀할 뿐인 것 말입니다. 결국 저가 있을 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합니다.
도령님은 신기한 것이 많으시군요.
등어리에 가늘은 손이 조금씩 닿았다가 떨어질 때면 뭉클한 마음이 된다. 여주아씨, 멀어졌다 가까이 온 목소리에 여주가 웃으며 예, 하고 대꾸한다. 어느새 발을 멈추고 그네에서 내린 백현이 여주 앞에 섰다.
- 소인은 아씨가 어디로 가든 항상 되돌아 올 수 있는 땅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발을 굴러도 좋으니, 제 곁에서 만큼은 절대 떠나지 않는 그네가 되어주시겠습니까?
강동원 이미지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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