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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를 설레게 만든 장난기 많은 남사친 고르기




 



 1.



 애초에 진지하다라는 말의 뜻을 알고 있기는 할까. 인중을 주욱 눌러뜨리고 낄낄 거리는 정민은 미간을 찌푸리는 여주를 보며 낄낄거리며 웃기 바쁘다. 깩깩 소리를 지르며 짜증을 표출하는 여주를 흐뭇히 쳐다보던 정민이 짧게 픽 웃었다.





 - 작달만한게 목소리는 왜 그렇게 커?

 남이야 작달만 하든, 고릴라 만하든.



 삐쭉 튀어나온 입을 보니 그제서야 장난이 너무 과했다 싶은 생각이 든다. 김여주. 퍽 진지하게 불린 이름에도 아랑곳 않는 여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 걷다 축축한 바닥을 밟고 넘어졌다. 창피함에 바로 일어선 여주를 지탱하는 정민이 이리저리 살피며 물었다.



 - 안 다쳤냐.



 결국 원흉은 너지, 너. 부축하는 팔을 밀친 여주가 절뚝 거리자 정민이 얼른 다가와 허리를 끌어 안고 부축한다.



 - 다치지 마라, 김여주.

 네가 뭔데 다치지 마라야.

 - 내가 너 대신 아파하는 건 못하잖아.

 무슨 소리야?

 - 나쁜건 내가 다 해주겠다는 소리지, 무슨 소리야 임마.



 당혹감에 물든 눈이 깜빡거리자 정민이 심드렁한 얼굴로 여주를 내려다보다 피식 웃는다. 그러니까 좋은 거, 예쁜 것만 해라. 샐쭉한 표정을 지은 정민이 별안간 가까이 얼굴을 들이민다.





 - 연애같은 거. 나랑.





 2.



 너는 왜 이렇게 취향이 저질스럽냐? 약간의 경멸이 담긴 여주의 표정에 동휘가 어깨를 으쓱한다. 휙, 떨어진 책 너머로 별 같잖은 소리를 한다는 얼굴이 한 마디 했다.





 - 나 원래 저질이다, 임마.



 19금 딱지가 달라붙은 책을 당당하게 읽고있는 행위는 자신감이라고 불러줘야할까, 아니면 부끄러움을 모르는 미개함이라고 해야할까.



 네 옆에 붙어있으면 나까지 저질 취급 받을 거 같아.

 - 그렇게 안 보던데.

 그럼?

 - 변태?



 책을 덮은 동휘가 은근슬쩍 제 등뒤로 책을 밀어넣었다. 변태 소리에 광분한 여주가 동휘의 발을 있는 힘껏 내리 찍었다. 내가 왜 변태야? 내가 왜? 길길이 날 뛰는 여주를 보는 동휘가 무언가 고민하는 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 입을 뗀다.





 - 그렇게 보이면 그렇게 보는거야.

 난 너처럼 야한 책 대놓고 티내면서 읽진 않거든?

 - 그러니까 네가 변태지.



 이이, 미친놈이! 드잡이질이라도 할 기세로 달려든 여주가 길다란 손가락에 막혀 밀려났다.



 - 보이는 대로 보기 마련이라고. 근데 나는 너 그렇게 안 봐.

 그럼 넌 저질로 보냐?!

 - 예쁘게 봐.



 여차하면 주먹이라도 날리려 주먹을 꾸욱 그라쥔 여주의 손이 일순 풀어졌다. 무, 뭐? 버벅거리는 말투에 동휘가 예쁘게, 본다고, 예-쁘-게. 한 글자씩 정성들여 날린 말에 여주가 어리벙벙한 얼굴을 했다.





 - 대놓고 티내는 것도 아닌데 예쁘면 예쁘게 보여. 네가 그래, 나한테.





 3.



 등받이에 기대고 앉은 여주가 TV를 보며 쉴새없이 혀를 몰아찬다. 야, 여심이라는 말 웃기지 않아? 뭔 여심을 사로잡아. 그냥 잘생기면 다 여심을 사로잡지. 만사에 삐딱한 자식이 그럼 그렇지, 도리질치는 지수가 얄미운 얼굴을 했다.





 - 그러니까 내가 다 이 근방 여심 다 사로잡고 난리났지.

 지랄이 났겠지, 지랄이.

 - 말 좀 예쁘게 해.

 너한테 예쁘게 하면 뭐하는데?



 온갖 밉살스런 표정을 다 모아놓은 얼굴이 찡긋찡긋 거리자, 지수가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 예뻐해주지, 뭘 해.

 난 너한테 예쁨받고 싶지 않아요.

 - 나도 자원봉사하는 셈치고 예뻐해주는거야.



 홱 날아오는 장난기 가득한 말에 여주가 씩씩거리며 일어선다. 이 못된 주둥이, 못된 주둥이! 그 작디 작은 입술을 때리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여주가 집요하게 지수의 입술을 톡톡 쳤다. 하, 짧은 한숨과 함께 여주의 팔목을 쥔 지수가 시선을 치켜 떴다.



 - 자꾸 입술 만져라.

 놔, 놔!



 길쭉이 솟은 여주의 손가락 위에 입술을 들이 댄 지수가 해족해족 웃었다.





 - 나 책임 못진다, 너.





 4.



 무슨 술을 저렇게 마시나, 싶다가도 저렇게 들이부으면서 멀쩡한 것을 보면 새삼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사람을 앉혀다 놓고 술독에 빠진 술꾼 흉내를 내는 것을 보면 뻔하다. 민석은 눈치가 빠르고 영민했다.





 - 남자친구 사귀고 싶다.

 역시는 역시 역시군.



 언젠가 보았던 웹툰의 대사를 그대로 읊는 여주가 킬킬 웃으며 맥주잔을 집어 들었다.



 다들 나보고 예쁘대. 생각 외로 귀여워서 좋대. 근데 여자친구로는 아니래. 이게 말이냐 막걸리냐.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어?

 - 응.



 득달같이 달라붙은 대꾸에 여주가 이를 꽉 깨물었다. 장난이야, 장난. 진심같은 장난. 아니라고 손사레를 치면서도 농담을 덧붙이는 민석이 눈을 부릅뜨는 여주의 표정에 시선을 내리깐다.



 - 네가 남자친구가 없는 건, 네가 너무 예쁘고 귀중하고 좋은 사람이라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 찾느라 신이 고생을 해서 그래.

 오,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워왔어?

 - 여기서.



 제 머리를 가리키는 민석이 귓가를 긁적거렸다. 그럼 좀 멀리 있나봐? 기대감에 가득 차 신이 난 여주가 샐샐 웃으며 말하자 민석이 뚱한 얼굴로 바라보며 말했다.



 - 왜 그렇게 멀리서 찾냐?

 이 근처 어딘가에?





 - 네 앞에 너 예뻐해주고 뼈골빠지게 순정 다 바쳐서 사랑해줄 사람 있는데.




 5. 



 전 남자친구의 청첩장이 퍽 충격적인 모양이었다. 결혼식을 하루 남겨두고 제 집에 율을 불러다 세워놓고 이것저것 입어보는 여주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아, 뭐가 더 예뻐?

 - 나 그런거 몰라.

 몰라도 느낌이 딱 오는게 있을 거 아냐! 얼른, 홍필연 그 자식한테 본 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성큼성큼 걸어와 양 팔을 펼쳐든 여주가 다시 봐, 예뻐? 재촉하듯 묻는 질문에 율이 힐끔 보고 픽 웃었다.





 - 하나도 안 예뻐. 모델이 영 별로야.

 아, 이 상황에서까지 장난칠래? 씨, 그럼 뭐가 나았어? 보여준 것 들 중에?



 음, 턱 밑에 손을 두고 진지하게 고민하던 율이 글쎄, 하고 대답을 회피했다. 대답해, 얼른. 반협박에 가까운 여주의 재촉은 애처로워보일 정도다.





 - 김태희랑 전지현, 송혜교 중에 누가 제일 예뻐?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다 예쁘지.

 - 너도 다 예뻐.

 …응?

 - 빈틈 없이 다 예쁘다고, 너도.



 당황한 여주가 너무 괄괄하게 굴었나 싶어, 어색하게 웃었다. 나 오늘 좀 이상하지. 홍필연 때문에. 어색함에 갈피를 잃은 눈동자가 율의 손 끝에 머무른다.



 - 앞으로 나한테 이런 거 보여줄거면 미리 예고 좀 해.

 예고?



 제 옷 깃을 들춰 올린 율이 예고, 하고 다시 말한다.





  - 예고도 없이 예쁘고 그래, 사람 설레게.




 


 


재업하는거 너모 힘들어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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